올해 5월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2022, 나무옆의자)으로 제18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고요한 작가가 이매문고와 신농학당의 ‘치유와 소통’의 북토크 네 번째 초청작가로 독자들을 만났다.
고요한 작가는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에서 각각 ‘프랑스 영화처럼’과 ‘나는 보스턴에서 왔습니다’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2021, &(앤드)), 첫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2021, &(앤드))을 펴냈으며, 첫 소설집에 실린 단편 「종이비행기」는 세계적 권위의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번역 소개됐다.
6월 12일 복합문화공간 ‘매화나무 두 그루’(이매문고 내)에서 열린 북토크는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무너’님의 진행으로,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와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의 내용과 창작 과정을 들려줬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의 주인공 데이비드 장은 뉴욕에서 스너글러(snuggler)로 살아가는 한국인 불법체류자. 영주권을 위해 70대 뉴요커 마거릿과 결혼을 감행한다. 서른 아홉 데이비드 장의 최종 목적은 영주권을 따서 사랑하는 데이지와 결혼하는 것.
데이비드와 마거릿은 결혼은 서로 필요에 의한 거래지만 마지막 반전은 독자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무엇이 사랑인지 의문을 던진다.
스너글러는 돈을 받고 외로운 사람을 안아주고 체온을 나누는 직업. 고요한 작가는 스너글러를 기사로 접하고 이런 직업이 있는 뉴욕은 얼마나 외로운 도시인가? 환상이 깨지며 호기심이 생겼다. 한국인 불법체류자를 통해 뉴욕에서의 이방인의 삶을 보여주게 됐다. 모두를 놀라게 하는 마지막 반전은 고요한 작가의 소설에 자주 등장한다. 계획된 반전이든, 쓰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반전이든, 독자들이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염두에 둔다.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취업 재수를 하면서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재호와 마리,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청춘의 방황과 성장, 죽음, 소통의 문제를 깊지만 무겁지 않게 그렸다. 재호와 마리는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새벽 두 시부터 동인천행 첫 전철을 탈 때까지 서대문, 종로, 광화문, 남산 등 서울의 밤거리를 걷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 밤새 불을 밝힌 곳곳의 맥도날드를 찾아 들어가기도 한다.
주인공들이 걷거나 달리는 서울의 밤거리. 권지예 소설가는 ‘서울의 밤이 환상처럼 꿈처럼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영상 이미지가 윤슬처럼 빛난다’고 했다.
최원식 문학평론가는 ‘1930년대 경성 거리를 산책하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이 부활했음을 직감했다’고 평했다.
고요한 작가는 자주 다니고 잘 알고 있는 장소를 소설 속 배경으로 ‘장악’하며서 이야기를 수월하게 풀어간다. 읽다 보면 작가를 따라 곳곳을 누비고 있는 듯 골목골목 자세히 머리에 그려진다.
주인공들은 죽음의 공간인 ‘장례식장’과 ‘맥도날드’를 번갈아 이동한다. 맥도날드는 부모님이 이혼한 어린 재호가 밥을 해결하는 곳이다. 두 공간이 있는 서대문 지역 일대는 작가가 직장 동료들과 일상적으로 걸었던 곳이다.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장례식장 마당에 활짝 핀 벚꽃도 소설의 중요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낯선 곳에서 상상력이 커진다는 작가는 익숙하지 않게 낯설게 공간을 바꿔가면서 글을 쓴다. 시인 지망생으로 시를 썼던 작가의 문장이나 장면은 시적인 표현이 많다.
고요한 작가는 앞으로도 소설만 쓰려한다. 상상과 서사에 집중하고, 노력하면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부커상과 같은 문학상도 받고 싶다. 이어지는 독자들과의 대화에서도 작가는 창작의 삶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매문고&신농학당의 북토크는 7월 10일 오후 2시 이경란 작가의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8월 13일 천경호 작가의 <아빠의 말공부>로 이어진다. 참가 신청은 ‘010-5680-2130’(이매문고 전경자 대표)으로 하면 된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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