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번 버스를 타고 번화한 야탑역 주변을 벗어나 맹산환경생태학습원 정류장에서 내렸다.
학습원에 들어서자 꾀꼬리가 제일 먼저 낯선 이를 반겼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햇살처럼 쏟아졌다. 조용한 곳에서 여러 새소리를 들으니 깊은 산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지난해 여름 반딧불이를 보았던 곳으로 가 봤다. 이곳에서는 여름에 빛을 내는 곤충을 볼 수 있다.
개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청개구리와 소쩍새가 우는 여름밤이면 반딧불이는 둥~실 하늘로 떠올라 빛을 낸다. 요정 마을 등불 같은 반딧불이의 빛은, 빛 밝은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하지만 성남에는 아직 반딧불이가 산다. 그것도 사람들이 사는 가까운 동네에서 그들의 시간을 보낸다.
반딧불이 애벌레의 먹이는 다슬기와 물달팽이 같은 살이 연한 동물이다. 야탑동 목련마을 가까운 곳 맹산환경생태학습원과 근처 반딧불이 자연학습장은 반딧불이가 살아갈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계곡이 있고, 논이 가꿔져 있어 습한 곳을 좋아하는 생물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이다. 이곳에서 반딧불이는 밤이면 불을 켜고 “나랑 결혼합시다”, 구애를 한다.
학습원을 나와 대진빌라 뒤쪽 맹산으로 들어섰다. 산길 초입에 있는 반딧불이 자연학습장에는 산수국이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무를 오르던 다람쥐가 사람의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갑자기 새의 분주한 움직임과 심상치 않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 우리가 지나는 곳 근처에 새의 둥지가 있었다. 인공 구조물의 좁다란 틈에 알을 낳은 박새가 먹이를 물고 나무위 여기저기를 바쁘게 날며 우리를 경계했다.
다람쥐에게 미안, 새한테도 미안했다. 우리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산길은 편안한 흙길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며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기 좋았다. 나무 그늘이 하늘을 가려 도심의 더위는 느낄 수 없었다. 새가 한 마리 내려앉아 사람의 걸음이 드문 시간에 여유를 부린다. 한적하게 걷는 길은 오른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편안하다.
내려오는 길에 또다시 들려오는 바스락거림에 이번에는 뭘까? 눈과 귀를 기울였다. 뱀이다! 등산로를 살짝 벗어난 곳에서 뱀이 스르륵 길을 누렸다.
자연학습장 입구 팻말에서 본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고라니 똥까지 소중하다’는 글귀가 생각났다. 사람들은 자연 안의 모든 것과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다시 자동차가 보인다. 야탑 5교 건너 맞은편 빌라 단지로 이뤄진 마을이 궁금했다. 도시 여행자의 표정과 발걸음으로 마을을 한적하게 걸어봤다. 자동차가 다니는데도 번잡함이 느껴지지 않는 곳. 가까운 곳에 야탑역이 있는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빌라 단지 낮은 담장 안엔 애써 가꾼 꽃과 저절로 피어 난 꽃들의 만남이 이뤄지고 있었다. 꽃 이름 맞추기 놀이를 하며 걷는 재미도 쏠쏠했다.
산을 앞에 두고, 등에 두고 있는 마을이어서 그럴까. 꽃과 나무가 많은 동네는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이다. 번잡한 도심으로만 봐왔던 야탑동에서 한적한 숨은 그림 한 조각을 찾아낸 느낌이 들었다.
6월의 파파리반딧불이, 애반딧불이의 축제가 끝나면 8월에 다시 늦반딧불이가 불을 밝힌다. 반딧불이 동네 야탑동엔 여름밤이면 혼인 잔치가 열린다.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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