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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이야기] 기다림을 품은 여름꽃, 능소화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6/28 [16:0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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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이면 하늘을 향해 높이 자란 초록 잎사귀들 사이로 얼굴을 내민 주황색 꽃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6월 중순부터 8월까지 피고지기를 반복하며 여름 내내 무더위에 시달리는 우리를 위로하며 행복하게 만드는 능소화다. 트럼펫 모양의 꽃을 피우는 능소화는 덩굴나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주변의 나무나 지지대를 휘감아 태양광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자라는 나무로, 주로 꽃을 보는 목적으로 식재하는 대표적인 덩굴나무가 능소화다.

 

능소화는 담쟁이덩굴처럼 줄기마디에 흡착뿌리가 생겨 스파이더맨처럼 벽도 잘 타고 오르며 다른 큰 키 나무들을 타고 높이 높이 올라가는데 10미터 정도는 너끈하다. 더 높게는 20미터까지도 가능하다.

 

능소화에는 임금님의 승은을 입은, 소화라는 이름을 가진 궁녀가 임금님이 다시 올까 궁궐의 담장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죽어 꽃이 됐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주황색의 능소화에 죽은 소화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것 같아 담장 위로 솟아 핀 능소화를 보면 애틋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능소화의 영어이름은 Chinese trumpet creeper로 원산지는 중국이다. 능소화(능가할凌 하늘宵 꽃花)는 ‘하늘을 능가하는 꽃’, 즉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꽃이라는 뜻이다.

 

장원급제를 한 사람에게 화관으로 만들어 주던 어사화였던 능소화는 조선시대에는 보기 드문 귀한 꽃이었고 양반집에만 심을 수 있어 양반꽃이라고도 불렸다.

 

상민이 집에서 능소화를 키우기라도 하면 꽃은 뽑아버리고 키운 사람은 관가로 끌려가 곤장을 맞아야 했다. 엄격한 신분제도에 억눌린 조선의 백성들로선 가진 자들의 전유물인 능소화를 가까이 두고 감상할 기회조차도 차단당했던 것이 씁쓸하다.

 

조선시대 귀한 대접을 받던 능소화가 최근엔 꽃가루에 독성이 있고, 꽃가루가 갈고리모양이어서 눈에 들어가면 실명 할 수도 있다는 오해로 푸대접을 받으며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한 독성이 있는 것이 아니며 갈고리모양의 꽃가루는 미세한 크기라서 눈에 상처를 낼 만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꽃피는 시기와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가 비슷하다고 해서 능소화는 ‘장마를 알리는 꽃’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올해엔 유달리 긴 가뭄에 모두가 비를 기다렸는데 활짝 핀 능소화가 단비를 초대했을지도 모르겠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