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생초등학교 4학년 최수현.
다섯 살에는 문어를, 여섯 살부터 여덟 살까지는 공룡을, 아홉 살이 끝나갈 무렵에는 전투기를, 지금은 곤충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들은 일단 책을 읽으면서 자세히 알아간다.
일곱 살부터는 그렇게 알게 된 것을 책으로 만들었고, 책 만들기도 좋아해 여덟 살에는 매일매일 책을 만들었다. 그렇게 손으로 만든 공룡책을 엄마는 하나도 버리지 않고 큰 수납장 가득 모았다.
아빠와 엄마는 수현이의 어린 시절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 그동안 수현이가 만든 책을 정식으로 출판하자고 수현이에게 제안했다.
수현이는 “그게 가능한 거야?”라며 놀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책에 들어갈 공룡 선정부터 종이 선택, 편집, 디자인까지 전 과정을 수현이가 결정하고 진행했다. 인쇄소에서 페이지가 어떻게 배열되고 묶이는지도 지켜봤다.
수현이는 아빠와 제목을 의논하며 마음대로 안 돼 언짢기도 했지만 재밌었다. 아빠가 처음 제안한 제목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어울리는 제목이라며 수현이가 반대하고, 수현이가 내놓은 제목들은 책 내용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아빠가 더 생각해보자고 했다.
이러기를 여러 차례 “이 책을 읽는 친구들도 공룡박사가 되면 좋겠다”며 수현이가 제안한 ‘공룡박사가 되자’를 제목으로 결정했다.
아빠는 “의견을 내고 이의를 제기하고 다시 생각하는, 그 과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제목을 만들어 갔다. 아이와 함께 그렇게 하는 것이 신났다”고 했다.
수현이는 이렇게 일 년 넘게 출판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올해 3월 책의 작가가 됐고, 친구들이 자신의 책을 읽는 것을 상상하면 뿌듯하다. 여름방학을 앞둔 수현이는 이제 책을 출간했다는 것도 종종 잊어가며 ‘환경운동가’라는 새로운 꿈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빠 최재웅 씨도 지난해 9월 그림책 『안녕, 초코』를 출간했다.
교육을 진행했던 기업에서 반려동물 장례 과정을 안내받았는데, 전광판에 불이 켜진 화장로를 지켜보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장례지도사가 여러 번 알려준 것은 반려동물이 ‘먼저 떠난다’는 것.
그래서 책 속의 강아지 초코는 아이들 곁에서 언젠가는 먼저 떠나게 될 최재웅 씨, 자신이다. 이러한 『안녕, 초코』는 반려동물을 통해 생명과 죽음을 새롭게 이해하는 주제도 담겨 있지만, 아빠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사랑이다.
아빠와 아들의 그림책 출간은 가족의 독서 일상의 하나이며, 책을 읽으며 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긴 부산물이다.
최재웅 씨는 결과물보다 수현이가 그 과정을 경험하고 느낀 것이 더 소중하고, 엄마 김명미 씨는 “수현이가 그 과정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수현이네는 두 아이가 읽는 책을 엄마와 아빠도 함께 읽는다.
매일 밤 책을 읽어주는 엄마는 “같은 책인데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미처 몰랐던 것을 발견하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많이 배운다”고 한다.
아빠는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다. 어린 시절엔 칭찬받고 싶어서, 나중엔 공부를 위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즐거움을 잃어갔다.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하고 다양하게 즐기면서, 책 자체가 유희가 되고 즐거움이 됐다”며 “아이들에게 감사하다”고 한다.
교육컨설팅 기업 ‘폴앤마크’의 대표이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연구소장이기도 한 최재웅 씨는 “‘아빠가 책 읽어줄까?’ 하면 둘째 아이가 바로 책을 들고 쫓아와 품에 안긴다.
책은 점점 두꺼워지지만, 아이가 그렇게 오랫동안 안겨 있을 날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책을 통해 가족이 느끼는 것은 즐거움과 성장을 넘어 ‘사랑’이라고 한다.
또 “부모의 많은 역할을 대신해 아이를 돌보고 성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독서라고 생각한다. 부모들이 아이가 책과 친해지는 과정까지 인도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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