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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고 지키는 작가, 윤혜숙’

중원문고드림디포점&신농학당 두 번째 북토크 『말을 캐는 시간』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8/16 [15:1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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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중원문고 드림디포점은 공예학교 신농학당과 함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문화예술기획으로 7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둘째 주 일요일 오후 2시에 북토크를 열고 있다.

 

▲ 중원문고 드림디포점&신농학당의 윤혜숙 작가 북토크(왼쪽-전수민 작가, 오른쪽-윤혜숙 작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814일에는 윤혜숙 작가를 초청해, 지난해 초 출간한 말을 캐는 시간의 집필 동기와 과정, 작가로서의 여정과 작품 세계를 들었다. 진행은 한국화가이자 신농학당 교장인 전수민 작가가 맡았다.

 

▲ 윤혜숙 작가

 

20여 년 직장생활을 하다가 마흔 중반이 넘어 글쓰기를 시작한 윤혜숙 작가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위한 역사 소설과 동화를 주로 쓰고, 여러 작가들과 테마나 주제를 선정해 쓰는 테마 소설집을 기획·출간하고 있다.

 

▲ 윤혜숙 작가가 출간한 책들

 

장편소설로 뽀이들이 온다, 계회도 살인 사건, 괴불주머니, 첫 단편소설집으로 보호종료를 출간했다. 만권당 소녀, 민주를 지켜라!등의 청소년 역사테마 소설집, 일인용 캡슐, 격리된 아이격리된 아이, 그 후등의 청소년 테마소설집과 동화 등 등단 후 10년 동안 40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 '말을 캐는 시간'

 

말을 캐는 시간은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자 애썼던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교지 복간을 준비하던 배재고보 문예부 학생들은 조선어학회의 조선어사전 편찬 작업을 알게 되면서, 방학 동안 시골에서 한글 보급과 시골말 캐기 운동을 벌이고, 상록회 사건과 연루돼 몰수 위기에 처한 사전 원고(말모이)를 지켜낸다.

 

▲ 당시 '시골말캐기 잡책' 관련 신문기사('말모이대작전' 중에서)

 

이 곳 방언을 규칙 없이 두어 말 적어드립니다. 백분지 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뒤에도 힘 있는 데까지 이어 적어드리려 합니다” - 길주 성진 지방 방언 주사 투고자 김여진

 

조선말 큰 사전1957년까지 총 6권으로 발간된다. 1929년부터 1942년까지 국어학자들과 국민들의 후원으로 최초의 큰 말 사전은 탄생됐다.”

 

현존하는 약 3천여 개의 언어 중 고유 사전을 가지고 있는 언어는 20여 개밖에 되지 않는다.”

 

- 교육방송(EBS) 지식채널e 169<말모이대작전> 중에서

 

2015년 윤혜숙 작가는 교육방송(EBS) 지식채널e에서 2006년 한글날에 방송한 <말모이대작전>을 보고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

 

<말모이대작전>은 일제강점기 최초의 우리말 사전 편찬을 위해 국민들과 학자들이 대대적으로 전개한 시골말 캐기운동을 소개한다. 시골말 캐기는 사전 편찬에 필요한 표준어 선정을 위해 전국 각지의 시골말 즉 방언을 모으는 것이다.

 

▲ 당시 '시골말캐기 잡책' 관련 신문기사('말모이대작전' 중에서)

 

조선말사전 편찬을 주도한 조선어학회의 기관지 한글에는 시골말캐기 잡책을 부록으로 넣어 구독자들이 거주 지역의 시골말을 적어서 보내도록 했고, 서울에서 유학하던 중고등학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고향에서 시골말을 조사했다. 회의와 심의 현장 조사 등을 거쳐 6,111개의 표준어가 선정된다.

 

그러나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조선어학회는 강제 해산되고 학자 29명은 투옥되고 2명은 고문으로 사망한다. 사라졌던 26,500여 장의 사전 원고는 광복 직후인 194598일 경성역 창고에서 발견되고, 1957년까지 6권의 조선말 큰 사전이 출간된다.

 

▲ 중원문고 드림디포점&신농학당의 윤혜숙 작가 북토크

 

윤 작가는 혹독한 일제강점기 누군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누군가는 생애와 목숨을 바쳐 지켜낸 우리 말과 글임을 알리고 싶었다. 이상한 줄임말, 뜻을 알기 어려운 신조어, 비속어가 넘쳐나고 거리낌 없이 쓰고 있는 현실, 전 세계인들이 우리말을 배우려고 하는데 정작 우리말을 지키고 아껴야 할 국민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 많이 안타까워 말을 캐는 시간을 집필했다.

 

시골말 캐기는 지역의 말뿐만 아니라 그 말이 담고 있는 지역 고유의 문화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말을 캐는 것은 곧 지식을 쌓아가는 일이었다. 윤혜숙 작가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에 있었던 우리말 지키기는 보석을 캐는 것과 같았고, 우리 말과 글은 보물임을 말하기 위해 제목을 말을 캐는 시간으로 지었다.

 

▲ 1930년대 학생들 모습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짓는 과정도 궁금했다. 윤혜숙 작가는 주인공의 이름을 우리말을 지키는 것이 백성이 할 일이고, 백성을 위한 일이라는 뜻을 담아 민위(民衛 백성 민, 위할 위)’라고 했다.

 

미덥지 못하고 불성실해 보이지만 민족의식을 갖고 있는 규태는 사돈댁 동갑내기 친구의 이름을, 덕이 아재는 조카의 이름에서, 덕이 아재의 처남 창제는 한글 창제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를 좋아하는 일본인 여고생 노리코는, 윤동주의 시를 좋아해 윤동주를 일본에 알린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이름을 그대로 옮겼다.

 

▲ 전수민 작가(왼쪽)와 윤혜숙 작가(오른쪽)

 

진행을 맡은 전수민 작가는 윤혜숙 작가의 이러한 집필도 우리 말과 글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캐어내서 알리고 지키려는 노력이기에 윤혜숙 작가를 들여다보고 지키는 작가라고 했다.

 

윤혜숙 작가는 역사 소설에 유명한 인물이나 고관대작들이 아닌 서민, 평민, 천민들을 등장시키고, 당시 그들의 생활상과 사회 현상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야 독자들이 생생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윤혜숙 작가의 첫 책 '뽀이들이 온다(사계절출판사, 2013년 펴냄)'

 

윤혜숙 작가는 마흔 중반이 넘어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다른 작가와 차별화된 영역으로 청소년 역사소설을 선택했다. 청소년 시기에 역사를 알지 못한다면 삶의 방향을 잡는 것이 힘들다는 평소의 생각도 영향을 줬다. 매년 꾸준히 책을 내는 원동력은 끊임없는 공부다.

 

윤혜숙 작가에게 작가로서의 자신감을 심어주신 분은 아버지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IMF를 겪으며 경제적으로 힘들어졌다. 어느 날 아버지가 당신이 살아온 인생 궤적이라며 대학 노트 2권을 주시면서 책으로 낼 수 있겠냐고 하셨다. 분량을 반으로 줄이고, 내용과 문장을 다듬어 백 부를 펴내는 제작비와 수고비를 주셨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원고를 줄이고 다듬으면서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김민중 씨가 가져온 책에 사인을 하는 윤혜숙 작가

 

윤혜숙 작가는 작가로서의 가치관, 그동안의 글쓰기 과정, 우리말의 현실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민중(신흥동 거주) 씨는 역사를 소설로 접하는 것이 사실적이면서도 생생한 재미가 있다. 주제가 8·15 광복과도 연관돼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7월 북토크에도 참여한 민중 씨는 가까운 동네 서점에서 작가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고, 기다리는 것도 재미있다. 이번 북토크를 계기로 독서모임도 만들었다. 10월까지 잘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왼쪽부터 나예은 학생, 윤혜숙 작가, 심지원 학생

 

나예은(성남중1), 심지원(성일중1) 학생은 개학을 앞두고 서점에 왔다가 북토크에 참여했다. 나예은 학생은 북토크가 진행되는 내내 새로운 것을 알아가면서 지식도 쌓였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친구 심지원 학생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오늘 말씀하신 것처럼 재미있을 것 같다. 작가님이 질문에 너무 친절하게 말해주셔서 감사하고”, “동네서점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궁금증도 풀 수 있는 것이 새롭다고 했다.

 

▲ 수정도서관 '상주작가 윤쌤의 다정한 책처방'

 

윤혜숙 작가는 올해 수정도서관 상주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7~9월 매주 금요일 오후 3시부터는 신청자들의 상황에 적절한 책을 추천하는 책처방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 참여 독자들과의 기념 촬영

 

중원문고 드림디포점과 신농학당이 함께하는 북토크는 918김의경 작가의 쇼룸’, 1016권일용 프로파일러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열릴 예정이다. 신청과 문의 전화번호는 중원문고 드림디포점 ‘031-723-5900’이다.


* 중원문고 드림디포점- 성남시 수정구 수정로 150 교보생명빌딩 B1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