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체험학습을 가는데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고 해서 처음으로 도시락을 싸봤다. 도시락을 먹어본 일이 없어 기대하는 아이를 보며 예쁜 도시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검색을 해가며 꼬마 김밥을 말고, 소시지 문어를 만들고, 과일을 깎았다. 처음 싸보는 도시락이라 새벽부터 일어나 긴장하며 만들었고, 다 만들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학창 시절 엄마가 싸주셨던 도시락이 생각났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밥상보를 걷어내면 내가 먹을 아침밥 옆에 항상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여름에는 열무김치, 오이무침, 부추김치가 주로 담긴 시원한 여름 밥상이 도시락 속에 차려져 있었다. 겨울 도시락 속 국통에는 숭늉이 들어 있어 점심을 먹은 후 천천히 숭늉을 마시며 따뜻함을 채웠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어느 날 짝이 말했다. “오늘 엄마가 늦잠 자서 도시락 안 싸왔어. 매점에 같이 가자.”
깜짝 놀랐다.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밥을 차려주고 도시락을 싸주는 것은 해가 뜨고 지는 것만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단 한 번도 엄마가 아침을 차려주지 않은 적이 없었고, 단 한 번도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지 않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얘기를 듣고 생각해봤다. 엄마가 밥을 차려주고 도시락을 싸주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엄마도 늦잠 자고, 아프고, 힘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알게 됐다.
엄마는 나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거나 꼭 안아주지 않았지만 매일 도시락에 엄마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엄마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던 것 같다. “엄마, 오늘 엄마가 구워준 김 진짜진짜 맛있었어. 애들이 서로 먹으려고 난리였다. 엄마 최고야!”
엄마는 웃으며 다음날 김을 더 넉넉히 싸주셨다.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언제 느꼈나?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이다. “엄마가 매일 싸준 도시락”이라고. 밥과 김치뿐인 도시락이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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