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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골목길 사랑나무

최은숙 수정구 태평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10/25 [14:4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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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들의 얼이 잠들어 있는 영장산 아래엔 주택들이 밀집돼 있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빨간 벽돌집이 보이고 돌담 너머에 감나무 한그루가 있다.

 

아주 오래된 큰 감나무 한그루가 세월의 무게만큼 꿋꿋한 모습으로 얼굴을 마주한다.

 

10월이 깊어가는 저녁에 감나무 잎이 무성한 골목길을 걸어간다. 푸른 이파리가 가로등을 가려 골목길이 어두워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감잎의 향기가 물씬 풍겨와 어릴 적 생각이 떠오른다.

 

시내가 흐르는 텃밭 한 모퉁이에 접시 감나무 몇 그루가 있었는데 엄마는 바람에 떨어진 설익은 감을 한 잎 베어 물면서 나에게는 불그스레한 감을 내민다. 단맛과 떫은맛이 입안에 고여 뱉기도 삼키기도힘들었던 추억이 몽글몽글 피었다 흩어진다.

 

수북이 쌓인 감잎을 밟으며 그리움이 짙어가는 가을밤 문득 감나무를 올려다본다. 가로등에 비친 주황색 옷을 입은 감들이 감잎 사이 사이에 미끄럼 타듯 달려 있다. 장마와 무덥던 여름을 견뎌내고 10월이 되어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감나무야, 한 해 동안 참 수고가 많았구나!”

 

가을의 햇살을 받으며 풍성하게 열려 고운 빛깔로 익어가고 있는 감나무,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골목길을 걸을 때 감나무를 바라보면 어느새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가을이 가슴 속으로 송두리째 들어온다. 훈훈한 사랑으로 옷깃을 여미며 즐거운 미소와 행복한 마음에 바람도 반갑고 뒹구는 감잎도정겹다.

 

감나무 집 아주머니는 바구니에 가득 담긴 감을 이웃 어른들께 넉넉히 나눠드린다. 정겨운 이웃의 웃음소리, 쟁반에 수북하게 깎아낸 단내 나는 감을 먹으며 사랑 꽃이 피어난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이마의 깊은 주름도 함께 웃는다.

 

*함께 만드는 비전성남

독자 수필(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2년 11월 10일(목)까지 보내주세요.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