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중원노인종합복지관(관장 신명희) 중원마당에서 빛나리연극단의 ‘노춘기’ 작품 발표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열리는 공연으로 ‘노춘기’는 직장을 잃고 결혼도 하지 않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한숨과 청소를 하는 엄마와의 대화로 시작됐다.
시장을 다녀오는 길 공원에는 한 사람씩 어르신이 모이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벗고 계시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어르신들. “사진을 보면 이런 시절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늙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거라고 해야 하나? 하하하.” “요즘 먹방, 옷가게 상표, 음식점 메뉴 등 통 알 수가 없어요.”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할 일은 많은데 노인이라 하대하니 애석하지요.”
한 어르신이 “노춘기를 겪고 있군요”라고 하자 모두 공감한다.
어르신들이 나누는 대화는 일상적인 흔한 대화지만 코로나19 시대 우리의 시대적 현실이고 자화상이다. 한 어르신이 남진의 ‘님과 함께’를 멋지게 불렀다. 그러다 노래 부르는 곳이 공원임을 알아차리고는 노래를 그치고 국수 한 그릇 하자며, 내일은 교복을 입고 나오자고 제안한다.
전화벨이 울리고 딸의 취직 소식에 기뻐하는 어르신.
“세상은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생략)”라며 이상국 시인의 시 ‘국수가 먹고 싶다’를 낭송하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들렸다.
‘빛나리’ 연극단은 2010년 창단 이후 13년 차 시니어 연극동아리로 활발하게 활동해 오고 있다. 창단 첫해부터 해마다 연극 작품을 발표해 왔다.
내외적으로 다양한 무대에서 25회라는 적지 않은 연극공연을 펼치며 아름다운 인생, 선배 시민으로서의 긍지를 키워가는 어르신 극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대공연이 어려운 시기에는 영상으로 작품을 제작하여 온라인을 통해 열정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했다.
올해는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노춘기’라는 작품으로 관객 앞에 섰다.
이수복 사회복지사는 “노춘기는 노년기에 느껴지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정서적인 쓸쓸함, 외로움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연극 단원(박상필)이 직접 대본을 만들고, 단원들이 경험하고 느껴지는 감정에 대한 아이디어와 에피소드를 추가해 완성한 특별한 연극 작품”이라고 설명해 준다.
노년기에 접어든 관객들은 “코로나 시기에 몸과 마음이 힘들었는데 내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준 것 같았다. 많은 위로가 됐고 크게 공감했다”고 했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한 어르신은 “잘하네, 잘해. 연습들 많이 했구먼” 하면서 허허 웃었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빛나리 연극단을 통해 시니어 배우들이 연기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해마다 1~2월 신입 단원을 모집하며 전문 연극배우가 연기 지도를 하고 무대에 연극작품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2007년 7월 개관 후 ‘선배 시민과 함께 디자인하는 행복한 지역공동체’라는 사명을 담아 사회복지법인 천주교 수원교구 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한다.
복지관 중원마당에서는 즐거운 취미‧여가를 지원하기 위한 댄스, 무용, 노래 등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비정기적으로 문화공연, 건강강좌,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은 서울시립강동노인종합복지관 극단 ‘다시’에서 ‘해피엔딩’ 공연이 있었다. 11월 24일은 ‘빛나리’ 연극단이 강동노인종합복지관에서 공연한다.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카페 지음(知音: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에서 따뜻한 차를 나누며 마음을 열어보자.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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