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동시대이슈전이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헬로! 펫,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주제로 4월 7일(금)부터 6월 25일(일)까지 전시 중이다.
성남큐브미술관의 대표 주제기획전인 ‘동시대이슈전’은 예술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슈를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되짚어보는 전시로, ‘동시대미감전’과 격년으로 개최된다.
2023 동시대이슈전은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반려동물문화를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슈를 통한 예술적 관점에서 다룬다.
지난해 식물 애호 문화를 다룬 <식물키우기>의 연장선에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반려동물의 존재적 가치를 사유하고, 인간과 동물의 공존, 더 나아가 생명과 환경, 자연과의 상생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
전시에는 반려동물을 모티프로 국내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11명이 참여한다.
2층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조형예술가 주후식 작가가 일일이 흙을 빚고 테라코타 방식으로 구워 만든 다양한 강아지의 모습이 관람객을 맞는다.
귀엽고 익살스러운 강아지들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역설적으로 풍자하고 외모지상주의와 생명의 존엄성을 환기하는 설치작품과 부조작품들이다.
전시실 문을 통과해 왼쪽으로 유혜리 작가의 다채롭고 귀여운 아트워크 물고기들이 패턴처럼 펼쳐진다.
현대인의 고뇌와 인간적 성찰을 동화적 표현방식으로 친근하게 담아낸 회화 작품이다. 마르쿠스 피스터의 동화책 <무지개물고기>마저 연상되는 뛰어난 색감의 그림들이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그 뒤로 가장 친숙한 반려동물인 ‘개’를 소재로, 감정적 교감을 담아낸 곽수연 작가의 작품들이 펼쳐진다.
전통 채색기법인 ‘진채’를 활용해 민화 속 동물들을 의인화하고, 동물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모습을 능청스럽고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뒤쪽으로는 개와 관련된 동서양 설화를 재해석해, 개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과 감정들을 푸른색 색채로 구현해낸 이승희 작가의 작품이 구성돼 있다.
그리스·로마신화 속 오리온의 개, 별이 된 시리우스 이야기를 오래된 문짝을 병풍처럼 늘어뜨려 새로운 세계로 연결한 조형물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금혜원 작가는 반려동물 장례식, 동물 묘지, 박제 등 여러 나라의 반려동물 장례문화를 기록한 사진 작업과 인터뷰 영상작업을 통해 반려동물과의 이별과 추모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제시한다.
유기견 ‘자몽이’를 입양하면서 동물복지와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김혜정 작가는 귀엽기만 한 반려동물의 이미지 대신, 굶주리고 버려지고 아픈 개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으로 황폐해가는 자연과 고통 받는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회색 빛 영상으로 만나는 유기견 이야기가 슬프다.
전시실 제일 안쪽에는, 반려동물 문화의 어두운 이면에 주목하고, 문제의식을 던지는 또 다른 작품인 윤석남 작가의 조각 <1025: 사람과 사람 없이>의 일부를 만나볼 수 있다.
이애신 할머니의 <애신의 집>에서 키우던 1,025마리의 유기견에 대한 미안함과 수치심이 모티브가 돼 손가락이 휠 정도의 지난한 작업공정을 수행처럼 거쳐 5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윤정미 작가는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하며 서로 닮아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이들의 공간을 직접 방문해 행복한 일상을 담은 사진 작업을 선보인다.
어딘지 모르게 고풍스럽지만 풍부한 색감 덕분에 화보처럼 세련되게 느껴지는 따뜻한 가족사진이다.
고양이 작가로 알려진 정하경 작가는 조선시대 양반집 규수들처럼 진주 조바위로 한껏 치장한 한복 입은 멋스러운 자태의 고양이를 자개로 구현해, 우리 전통사회 속 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작품을 선보인다.
자개의 특성 때문인지 반짝거리는 보석처럼 귀하게 보이는 고양이들의 시선마저 기품이 넘친다.
강아지들의 생동감 넘치는 순간들을 포착해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로 표현하는 이아영 작가는 목줄이라는 소재를 화면 밖으로 끌어내 입체적인 오브제로 활용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관람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할 뿐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반려동물과의 인생 속 장면을 톺아보게 한다.
이경숙 작가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모험을 시작하는 강아지의 호기심 가득한 모습을 푸른 색감으로 담았다. 다른 작품에는 하얗고 몽글몽글할 새로운 반려견 비숑 레오 모습도 담겼다.
강아지의 감정과 작가의 감정이 어우러져 존재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반려동물과의 일상 속 교감들을 상기시킨다.
한편 성남아트센터 아카데미에서는 5월 10일(수)부터 반려동물을 주제로 이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예술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강좌는 명화 속 동물 이야기를 배우는 성인 인문 특강을 비롯해 반려동물과의 사별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미술치료, 어린이 대상의 반려동물 그림그리기 등 총 5개 강좌다.
강좌 신청은 4월 27일(목)부터 선착순 마감이며,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성남아트센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취재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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