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우리 마을이 국보 1호"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
열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태평4동 어두운 골목길, 빨간 불빛 여러 개가 골목을 누비며 다닌다. 웬만한 주민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하지만 이 시간까지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는 저 불빛의 정체는 무엇일까?
밝은 곳에서 본 그들은 붉은 방망이를 손에 들고 멋진 제복을 갖춰 입은 어머니 자율방범대 대원들이었다. 파출소가 통폐합되면서 치안인력의 부족현상을 빚고 있는 파출소를 대신해 밤거리를 지키는 이들이다. 현재 34명이 활동하는 태평4동 어머니자율방범순찰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조별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을의 안전을 지키는 활동을 한다.
취약지구 및 우범지역을 순찰하며 청소년 선도를 하기도 하고 각종 민원신고 및 야간교통안전 등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활동, 분실된 지갑이나 핸드폰 찾아주기, 자동차 라이트가 켜졌거나 꺼져있는 가로등, 수도가 터진 곳, 길거리의 전단지 줍는 일까지 어머니들은 감시카메라 눈에 걸린 것이라면 뭐든지 해결사가 되어 준다.
처음엔, 뭉쳐서 늦게까지 노는 아이들을 타이르는 일이나, 술병이 나뒹구는 어두운 운동장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노는 아이들 곁으로 다가간다는 것이 어려웠다. 적대적이거나 반항적이던 아이들을 어머니의 입장에서 꾸준히 계도해 온 결과 지금은 다가가기만 해도 스스로 뒷정리를 하거나 먼저 말을 걸어오며 친근감을 표현해 온다. 달갑잖게 여기던 주민들도 수고한다며 음료수를 건네주기도 하며, ‘우리 주변도 돌아봐 달라’고 부탁해 올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뜻을 반영하듯 태평4동 유광영 동장도 “대장님 이하 어머니방범대가 야간에 순찰하며 우리 동네를 지켜주는 덕분에 우리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현재 태평4동 지구대 대장을 맡고 있는 김해자(52) 씨는 창설 당시부터 활동해온 초기대원이다.
“모든 것을 자체 해결해야 하는 무보수, 무지원의 살림이라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에도 한계는 있다. 지역의 특성상 독거노인들에게 김치를 담가주거나 반찬봉사를 하고 싶지만 가 건물인 지구대에는 수도가 없다. 작년에는 작은 보탬이지만 불우한 아이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주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한 가지라도 더 해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며 직장과 가정생활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늦은 밤까지 잘 따라주는 대원들이 항상 고맙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아 힘드시겠다는 말에 “좋은 일하고 운동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겸손함으로 대신하는 대원들. ‘우리에겐 우리 마을이 국보 1호다.’ 이들이 있어 태평4동은 올해도 따뜻하고 안전한 동네가 될 것 같다.
연락처 : 어머니자율방범연합회 031-736-0112
박경희 기자 pkh22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