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끈을 조이며 이옥화 중원구 여수동
신문과 함께 여는 아침. 현관문 앞 신문 위에 오늘은 택배 상자까지 얹혀있다. 또 뭘 시킨 건가.
건넸더니 상자를 뜯으면서 슬금슬금 웃음까지 흘린다. 약이란다, 치매 예방약. 경도 인지 장애에 좋다 해 특별히 나를 위해 주문한, 그것도 생일 선물 대용이란다.
“이제 아주 빙신을 만들라 하네, 당신이나 먹어!”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왜 모든 말들이 제때 안 떠오르는지. 연신 ‘아, 저, 그, 있잖아’를 말머리로 시작하다 결국 할 말은 날아 간다.
정말 바쁘게 살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양치 세수 치장하고 현관문 나서는데 10분, 세 개 도시를 가로질러 직장까지 30분 내로 주파해야 안녕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들, 딸결혼을 시켰더니 한 해에 셋, 앞다투어 손주들이 태어났다. 봄날처럼 신이 났고 매일 장날이었다.
바빠진 정도를 넘어 치열해졌지. 휴일이 없어지고 주말도 사라졌다. 아들네로, 딸네로 다니던 어느 날부터 엉덩이 부근이 저리더니 다리까지 찌르륵! 한계 지점인가 보다. 직장에 먼저 안녕을 고하고 나니 세상이 심심해졌다. 무심코 들여다본 거울엔 여기저기 늘어진 또 다른 울 엄마가 맥없이 앉아 있다. 종합병원이 돼 버렸다.
심심했던 옆 사람이 분주해졌다. 이 병원 저 병원 예약에 운동 스케줄, 부모님 방문… 다이어리가 빡빡하다. 100세 시대, 아직 갈 길이 구만리인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운동화 끈을 조인다.
2년 동안 늘어난 건 고무줄 바지와 고지혈증뿐인데, 허리띠 졸라매고 산업 전선은 못뛰어도 늘어난 몸은 좀 다스려야 안 되겠나.
문밖을 나서려는데 이런! 안경을 안 썼네. 이방저방 찾느라 분주한 내게 빈정대는 소리가 들린다. “시리야 시리야, 핸드폰은 불러 찾는데, 안경은 대답을 안 하니 어찌 찾나?”
*독자 글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팩스 031-729-2080 이메일 sn997@korea.kr 2025년 4월 14일 (월)까지 보내주세요.(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 드림)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