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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을 거닐며 옛이야기 속으로…
청명 즈음에 틔워내기 시작한 어린 새싹들 위로 수줍거나 화려하거나 다소곳한 각양각색의 모습을 펼쳐내고 있는 계절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 옷을 갈아입는 자연을 벗삼아 성남의 명물 중 하나인 분당 중앙공원을 거닐며 그 속에 담겨있는 역사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분당구청 맞은편에서 중앙공원을 향해 두 발을 들여놓으면 화사한 벚꽃이 만들어낸 그늘길이 기분 좋게 누워있다.
한산이씨 수내동 가옥… 분당호
중앙공원은 성남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원으로 역사적 가치가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과거 이곳은 고려 말 학자, 목은 이색(李穡)의 후손인 한산이씨의 집성촌이었으며 현재도 조선시대에 건립된 가옥(수내동 가옥,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78호)이 보존되고 있다.
널따란 광장에서 바라본 수내동 가옥이 단아하게 이엉을 차려입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그 뒤로는 토정비결로 유명한 토정 이지함이 터를 잡았다는 한산이씨 묘역(경기도 기념물 제116호)이 따사로운 햇살을 마음껏 흡수하고 있다.
공원의 중앙에 설치된 분당호는 경주 안압지를 원형으로 해 2개의 섬을 3개의 돌다리로 연결하고 있다.
호수 안에 설치된 분수가 하늘을 향해 마음껏 몸을 펼친다. 산수유, 개나리 등 많은 종류의 꽃과 나무가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물을 내뿜는 돌고래 쇼를 관람하고 있는 듯한 풍경을 바라보다가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경류(李慶流,1564~1592) 선생과 그의 애마가 잠들어 있는 묘역을 향해 발길을 옮겨본다.
선조대 문관 이경류와 애마… 고인돌
조선시대 문관 신분인 이경류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자원해서 전투에 참전했고 상주전투에서 왜적의 포환에 맞아 전사했다.
그의 집에서는 그가 타고 나갔던 말이 피 묻은 옷과 유서를 물고 돌아와서야 그가 전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의 애마는 전장에서 성남까지 500리 길을 달려와 주인의 소식을 전한 후 3일 동안 먹지도 않고 울기만 하다가 끝내는 죽고 말았다고 한다.
피로 물든 옷으로 선생의 묘지를 썼고, 그 아래에는 그의 충직한 애마를 두 개의 낮고 둥근 봉우리 안에 잠들게 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중, 왜군들이 이경류 선생 무덤 앞을 예의 없이 말을 타고 지나가려는데, 말이 움직이지 않자 결국 말을 칼로 베고 지나갔다는 수내동의 전설이 있다.
바로 근처에는 청동기시대 고인돌로 추정되는 ‘지석묘군’ 정원이 있다. 공원을 거닐며, 그곳에 깃든 역사를 돌아보는 내내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옛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돌마각, 수내정… 야외공연장
경복궁 경회루와 창덕궁 애련정을 원형으로 해 지어진 돌마각과 수내정 또한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공원 내에 설치된 야외공연장에서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성남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각종 문화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중앙공원 야외공연장 '파크콘서트'
• 5.12(토) 19:00~20:30 안치환과 자유
• 5.26(토) 19:00~20:30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성남문화재단 공연기획부 031-711-7762
윤현자 기자 yoonh11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