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금요일인 30일 오후 7시 30분, 판교 운중도서관에서 ‘맥주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강연이 있었다. 2025년 운중도서관 ‘일상에서 만나는 야간(夜)인문학’ 상반기 강연 중 세 번째 강연이다.
강연을 맡은 권경민 씨는 한국지식문화원 대표이자 비어 소믈리에다. 맥주의 매력에 사로잡혀 맥주 공부를 시작한 후 되멘스 비어소믈리에(Doemens Biersommelier) 자격증, 미국 써티파이드 씨서론(Certified Cicerone) 맥주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10년 넘게 맥주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권경민 강사는 맥주는 곡물의 발효로 탄생한 우연의 산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의 지혜와 열정, 그리고 창의성이 결합된 예술적 산물로 진화했다고 소개했고 맥주의 시작이 언제일까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기원전 4천년경으로 추정되는 와인의 시작보다 훨씬 전인 1만8천 년 전 벽화 속에 맥주 마시는 모습이 등장한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피라미드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급여 지급대장에 따르면 피라미드 노동자들의 하루 급여로 약 4리터의 맥주를 지급했다는 기록이 있다.
맥주는 단순한 유흥의 목적이 아니라 액체빵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고, 발효되면서 발생한 알코올이 균을 죽이는 역할을 해 1~1.5도 정도의 도수를 가진 맥주는 안전한 식수 역할을 하면서 인류와 함께했다.
시카고 마피아 두목 ‘알카포네’가 1919년 미국의 금주령 당시 맥주 유통을 장악하면서 떼돈을 번 이야기도 소개됐다.
미국의 금주령이 폐지되자 우유의 유통을 장악했고, 제조일자를 찍고 냉장유통을 법제화한 부분에 알카포네가 연관돼 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들, 그리고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다닌 술병인 힙플래스크(Hip Flask)가 엉덩이 곡선에 맞게 굴곡 있는 모양으로 알카포네에 의해 설계된 이야기 등은 청중들을 권 강사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했다.
이번 강연은 세계의 다양한 맥주에 숨겨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맥주의 재료도 함께 소개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와 홉은 물론 팔각, 정향, 계피도 맥주의 재료로 쓰인다. 정통 벨기에 밀맥주인 호가든 맥주의 경우엔 특이하게도 고수 씨앗과 귤 껍질이 쓰인다고 소개하며 권경민 씨는 직접 가져온 재료들을 보여 줬다.
이번 강의는 맥주를 더욱 맛나게 즐길 수 있는 팁과 시음법,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시음하는 기회를 가지며 참여하는 맥주 수업이었다.
초음파로 1초에 4천 번 저어 만들어지는 크림 맥주를 강연장에서 직접 만들어 강연장에 온 청중들에게 시음할 기회를 주었다. 권경민 강사가 직접 만든 수제 맥주도 준비해 시음을 원하는 참여자들이 맛볼 수 있었다.
맥주 투어를 통해 알게 된 여러 나라의 맥주문화와 맥주가게 이야기도 들려줬다. 권 강사는 강의를 위해 맥주 투어에서 알게 된 다양한 맥주잔을 준비해 소개했다. 맥주의 산화를 막고 맥주 속 탄산이 날아가는 걸 막아주는 것이 다양한 맥주잔에 담긴 과학이었다.
기네스(GUINNESS) 캔맥주 안에 있는 위젯볼은 액화질소로 캔맥주를 잔에 거꾸로 꽂아서 따르는 것이 기네스 맥주를 즐기는 비법이라고 알려줬다. 기울여 따르면 가스가 다 날라가서 오히려 맛이 없으며, 119.5초를 기다리고 마시면 가장 맛있다고 회사에서 전개한 마케팅 스토리도 소개했다.
우리나라 대형 맥주사의 맥주잔에도 맥주 소비를 늘리려는 맥주잔 마케팅이 있다고 한다. 즉 초기의 맥주잔보다 회사별 로고 인쇄 위치를 더 높게 해 소맥을 만들려면 맥주를 더 시켜야 하도록 만든 것이다.
한 잔의 맥주가 우리의 대화를 더욱 풍요롭게 하듯, 이번 강연을 통해 맥주의 풍미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문학적 깊이를 함께 음미하고, 삶의 즐거움과 지혜를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권 강사는 강의를 마무리했다.
운중동에서 온 차선민 씨는 “맥주의 재료들을 직접 본 것은 처음입니다. 강사님이 준비를 많이 해오셔서 청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강연을 진행하신 점이 참 좋았어요. 그리고 맥주를 통해 세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에요”라며 흡족해했다.
2025년 운중도서관 ‘일상에서 만나는 야간(夜)인문학’ 상반기 강연은 6월 20일 ‘일상을 바꾸는 하루 10분 자기기록법(김애리 작가)’과 7월 11일 ‘공원의 위로(배정한 서울대학교 교수)’를 남겨두고 있다.
성남시 ‘배움숲’ 홈페이지 온라인 접수를 통해 신청 가능하며 65세 이상 신청자에 한해 당일 현장접수도 가능하다.
성남시 운중도서관 031-729-4373, 4378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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