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과거 공간의 현재적 재현 - 디지털 역사지도를 통한 성남시의 과거 엿보기

김현종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5/11/28 [15:19]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우리는 지도를 통해 현재의 공간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공유하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 있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공간 정보 또한 지도를 통해 탐색할 수 있다. 역사지도와 고지도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공간 정보를 파악하고, 현재 공간에 중첩해 볼 수 있다.

 

먼저 역사지도에 대해 알아보자면, 역사지도는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하나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주제를 그린 지도(historic map)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경관을 복원한 지도(historical map).

 

전자는 중고등학교 때 봤던 역사부도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공간적 분포와 과정을 설명한 지도를 들 수 있다. 후자는 과거의 특정 시점 내지 연속된 시간 범위의 공간적 주제를 현재의 공간 위에 재현한 지도다. 전자에 비해 후자가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그 예를 살필 수 있는 지도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동여지도와 같은 고지도를 역사지도로 오인하는 예도 있지만, 대동여지도는 고지도이긴 하나 역사지도는 아니다. 고지도는 과거 시점에 제작된 지도로, 지금 관점에서는 작년인 2024년의 스마트폰 지도 앱에 담긴 지도도 역시 고지도의 범주에 포함된다. 대부분이 당대의 최신 지리정보를 담기 위해 제작됐는데, 많지는 않지만 과거 시점에서 더 먼 과거를 그린 지도가 몇 종 전해진다.

 

대동여지도제작으로 알려진 김정호는 지리지 편찬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중 대동지지』 「방여총지(1861~1866)에는 조선 이전 국가의 지도가 수록됐다. 아래 <구주총도>는 수록된 지도 중 하나로 통일신라의 행정구역도다.

 

아래 오른쪽의 지도는 1776(정조 즉위) 이후에 필사된 지도로 고려시대 현종 대에 개편한 5도 양계 행정구역 이하의 주군현의 위치를 상세히 그린 지도다.

 

▲ <구주총도>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이미지 출처: 규장각한국학연구원 

 

▲ <고려오도양계도>, 고려대 소장. 이미지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처럼 조선시대에도 과거 역사적 공간에 관한 관심과 이를 지도화하고 싶은 욕망이 위와 같은 지도를 제작하게 만든 동력이었다. 그러면 현재의 우리는 과거의 공간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기록된 과거의 공간은 고지도나 지리지를 통해 지명, 경계, 교통로 등을 현재의 지도상에 표시하면 되고, 기록되지 않은 공간은 남아있는 사적 및 유적의 발굴 정보를 통해 과거 시공간의 일부 조각을 맞춰 나가면 된다. 다만 그렇게 과거의 경관을 복원한 역사지도는 합리적인 근거의 집합이면서, 학술적인 합의를 거친 결과물이어야만 신뢰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역사지리정보를 생산 및 공유하는 과정과 소비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역사지도를 그리는 과정 자체는 쉽지 않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전 세계의 지리정보를 한 손에 쥐고 있지만, 그 지리정보를 생산하는 것은 여전히 개인에게는 어려운 일인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리정보시스템(GIS)의 보급은 어렵게 느껴졌던 지도 제작의 장벽을 낮춰주었다. GIS를 이용해 과거의 역사지리정보를 구축하는 역사 GIS(HGIS)라는 방법론도 이러한 기술 개발의 토대 위에 가능해졌다. 200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역사 GIS를 기반으로 제작된 디지털 역사지도가 다수 공개되어 있다. 이를 스마트폰의 지도앱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별도의 웹 GIS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

 

이처럼 역사 GIS를 통해 성남시가 과거부터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시간에 따른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1910~1945년의 일 단위의 행정구역 변화를 담은 역사적 행정구역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제작한 역사지리정보 DB를 바탕으로 특정 시기와 행정단위(, , , 동리)를 선택하면 과거의 행정구역의 영역과 행정 중심지(군청, 면사무소 등)를 보여준다.

 

우선 성남시의 조선 말 1910년대의 행정구역을 찾아보자. 지금의 성남시는 1910년 당시 경기도 광주군에 속했는데, 광주군의 영역이 지금의 경기도 광주시의 관할 범위보다 매우 넓다는 사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국사편찬위원회 역사지리정보, 역사적 행정구역>. 이미지 출처: https://hgis.history.go.kr  

 

그럼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성남시의 영역에 해당하는 대동여지도의 지명을 현재의 지도에서 모두 보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역사지도 서비스를 이용해 볼 수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대한민국 전 국토의 정밀한 지리정보를 측량, 지도화하는 국가 기관으로, 역사지도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지리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20년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과 함께 대동여지도 서비스를 개발했다. 대동여지도의 지명을 검색하면 그 위치를 대동여지도 이미지와 함께 현재의 지도와 대비해 볼 수 있다.

 

▲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정보맵, 대동여지도>. 이미지 출처: https://map.ngii.go.kr/ms/map/NlipMap.do?tabGb=daedong   

 

역사는 텍스트뿐 아니라 지도에도 기록되어 있다. 지도에 그려진 역사 또한 현재의 우리가 읽고 해석해야 하는 과거의 실제다. 또한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공간을 읽고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남길 역사지도 또한 미래 세대에게 남길 역사가 된다.

 

역사 GIS를 통해 고지도, 지리지라는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문헌은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게 되었다. 모르는 장소는 지도를 통해 찾아가듯, 과거의 장소 또한 디지털 역사지도라는 도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장소가 누적된 여러 시층(時層)의 결과물이자 또 그 시층을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디지털 역사지도를 통해 경험해 보길 바란다.

 

한국 디지털 역사지도 둘러보기 

 

 





국사편찬위원회,
역사지리정보 DB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정보맵, 대동여지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조선시대 전자문화지도

 

 

특별기고 김현종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문지리학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https://www.aks.ac.kr)성남시 분당구 하오개로 323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