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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다.” “탈출하겠다.” “아, 전방에 민가가 보인다.” 절체절명의 순간, 블랙박스에 녹음된 고 이상희 대위가 외친 마지막 육성이다.
1991년 12월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덕흥마을 상공에서 비행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전투기가 추락하는 순간에도 조종간을 놓지 않고 민가를 피해 전투기와 함께 산화한 이상희 대위의 순직 3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강경식(이상희기념사업회) 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참석자들의 헌화 분향이 이어졌다.
이상희(1968년생) 대위는 성남의 돌마초등학교, 양영중학교, 성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항과를 1990년에 졸업, 학군 17기 소위로 임관한 자랑스러운, 한 어머니의 아들이었다.
국화를 든 이상희 대위의 어머니(91·야탑동)가 헌화대 앞에 섰다. 성호를 긋고 말없이 향을 피웠다.
추모식 전 만난 고 이상희 대위 어머니는 “여러분들, 이렇게 신경 써줘서 고맙고 미안하기만 해요. 딸을 일곱 낳고 여덟 번째 낳은 아들이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렇게 가슴 저리도록 마음이 아프지. 내 마음이 아프지. 아홉 번째 아들이 막내지”라며 긴 한숨을 쉬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고 이상희 대위가 우리에게 남긴 숭고한 희생정신을 추모합니다. 희생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시정을 잘 펼쳐야겠다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희생한 이상희 대위의 고귀한 뜻을 함께 추모합니다”라며 추모사를 이어갔다.
김석찬 (사/공군ROTC장교회) 회장은 “이상희 대위는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는 헌신의 정신을 실천한 훌륭한 군인이었습니다. 그 정신을 후배들이 배우고 전승하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하며 공군 ROTC 장교회도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이상희 대위 상을 제정하고자 이상희 대위 기념사업회(성일고총동문회)와 함께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도상혁(성일고 총동문회) 부회장은 “고인의 결단은 한 도시를 지켰고, 많은 생명을 지켰으며, 우리 공동체를 깊이 일깨워 줬습니다”라며 “성일고 총동문회는 이상희 대위의 정신을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그 희생을 잊지 않고 더 넓게 이어갈 수 있도록 기념사업회와 함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결의를 다졌다.
푸르른 날(서정주 시), 눈 등 시니어싱어즈합창단이 부르는 추모의 노래가 청년 이상희 대위를 회상하듯 성남시시니어혁신센터(야탑동) 대강당에 울려퍼졌다.
강형식(성일고 총동문회장) 기념사업회장은 폐회사에서 “34년 전 고인은 훈련 중 사고였지만, 고인의 희생 시 결정은 국민을 살리는 결정이었습니다. 국민을 살린다는 건 국가를 살린다는 거죠. 이상희 대위의 뜻을 기리고 후대에 전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고 우리 자리에서 국가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일을 멈추지 않고 다음 세대로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형식 회장은 “상희는 고등학교 제 친구입니다. 상희의 뜻을 기리는 행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20주기부터 추모식을 기획해 올해로 15년째가 됩니다. 친구들을 잘 도와줬던 아주 좋은 친구였습니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1995년 9월 분당구 야탑동 271번지에 약 5,454평의 ‘상희공원’이 조성됐다. 야외무대, 운동시설, 어린이 놀이시설, 산책로 등이 조성돼 ‘상희공원’을 찾는 이들이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며 상희공원이 만들어진 깊은 사연을 기억한다.
반려견과 함께 상희 공원을 걷던 한 여성은 “비에 새겨진 내용과 그때 언론 보도를 통해서 접했던 사실에도 놀랐지만, 그분이 제가 사는 야탑 분이라는 사실에 더 놀랐고 안타까웠어요. 이곳에 매일 산책을 나옵니다”라며 아름다운 청년이었다고 말했다.
유가족, 국회의원, 시·도의원, 공군 ROTC 장교회, 공군 군사학교 단장, 성일고 학생, 김순신 복지국장 등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꼭 기억되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daum.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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