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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은 사랑이다

이수진 중원구 중앙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6/02/26 [17:2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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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 디자인 전공한 딸이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사회초년생 딸아이의 첫 직장 첫 출근이란 큰 기쁨도 잠시, 생각지 못한 일이 생겼다.

 

아이 말로는 회사 근처 식당이 많지 않은 데다 음식 배달도 안 되고 회사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각자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고 했다. 아이들도 다 커서 도시락은커녕 아침밥도 간단히 챙겨 먹는데 갑작스러운 도시락 얘기에 당황했다.

 

어쩔 수 없이 눈뜨자마자 분주히 주방으로 가 도시락 재료를 이것저것 꺼내 놓으면 시간이 다시 거꾸로 되돌아간 듯 심란하기만 하다.

 

요즘 청년들이 워낙 취직하기도 어려운데 회사 오래 다니기도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시간만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라 그저 안쓰럽다.

 

퇴근하고 지쳐서 들어오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오늘 하루 어땠는지 말 한마디 건네기 조심스럽다. 매일매일이 “힘들지?” “힘들었지?” 똑같은 복붙이다.

 

지금 아이에게 어떤 응원의 말이 가장 위로가 될까? 잘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조금씩 회사생활 적응해 가며 여유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귀찮지만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준다.

 

MZ 딸내미가 원하는 다이어트 도시락에 아무리 양껏 샐러드를 담아도 마음 쓰인다. 아이는 샐러드만으로 괜찮다고 하지만 엄마 마음은 풀만 먹어서 배가 안 부를 것 같아 고민하다 주먹밥을 더 싸줬다.

 

주먹밥 모양은 동글동글해도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항상 하트일 것이다. 어느덧 한 해, 한 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 다음 달 승진한다는 소식에 기쁨이 배가 되었다.

 

 

*독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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