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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기적이 된 환갑잔치

서영란 분당구 야탑3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6/04/30 [12:10]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세상이 점점 각박해진다고들 하지만 최근 이 말이 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남성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의료진 얘기론 마흔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했단다.

 

하지만 그는 삶을 놓지 않았고 끝내 ‘60세’가 됐다.

 

그의 곁에는 오랜 시간 요양보호사가 함께했는데, 그 보호사가 약속했다. “60살이 되면, 내가 꼭 환갑잔치를 열어 주겠노라”고.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야탑역의 한 연회장. 환갑잔치는 음악소리와 함께 무르익고 있었다. 다른 어떤 행사보다도 따뜻하고 의미 있는 잔치 분위기였다. 놀랍게도 이 모든 걸 준비한 사람은 그간 곁을 지켜온 요양보호사였고,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해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또 하나의 기막힌 반전 사연이 있다. 그 보호사도 과거 큰 화상을 입어 장애인이 됐다는 사실이다.

 

상처 입은 사람이 또 다른 상처 입은 사람의 삶을 지켜내고 끝내 약속까지 완성해 낸 것이다.

 

나는 그날 이분들을 축하하는 난타 공연을 위해 그 자리에 있었다. 수많은 무대를 경험했지만, 그날의 북소리는 유난히 맑고 청아한 소리로, 사연만큼이나 깊게 울렸다. 아마도 그 안에 담긴 숭고한 사랑이 북소리에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공연을 마친 뒤 깨달았다. 오히려 내가 더 큰 위로를 받고 돌아왔다는 것을.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곁을 지키고, 약속을 지키며 함께 시간을 버텨내는 것이 아닌지. 그날의 환갑잔치는 사랑이 사랑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름답고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