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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나만의 독서법, 책 적게 읽기

  • 관리자 | 기사입력 2012/10/25 [12:3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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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 푸른 숲 빽빽하게 들어차는 묘미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오중주곡을 듣습니다. 2악장이 잘 들어옵니다.

마치 낙엽들이 바람에 들까불며 날리는 것 같습니다. 지그시 눈을 감으면 깊어가는 가을이 흠뻑 느껴집니다. 그러니 영혼이 어찌 춤추지 않겠습니까. 

이처럼 음악은 영혼을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듣는 이의 집중이 필요할 것입니다. 건성으로 듣는다면 그야말로 꽝입니다. 그렇게 숱한 음악을 들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책 읽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곧잘 많은 책을 읽으려는 데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태도와 정반대입니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곱씹어가면서, 영혼에 푸르른 숲이 들어온 것처럼 아주 즐겁게 읽자 주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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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책 한 권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책 여백은 온통 낙서투성이입니다. 중요 문장에 밑줄을 긋고 거기에 대한 저 자신의 생각을 빼곡하게 적어 놓다보면 어느덧 책 여백은 오간데 없어집니다.
 
어떤 문장은 너무나 보석 같아서 어찌 할 바를 모릅니다. 책을 내려놓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창밖을 내다보기도 합니다.

책 한 권을 이렇게 스킨십 하면서 읽다보면 브람스의 클라리넷 오중주곡을 들을 때처럼 영혼이 춤을 춥니다.
 
지금도 헤르만 헤세의 그 얇은 소설책인 <싯다르타>를 일주일 내내 붙들고 스킨십 했던 게 새롭습니다. 그렇게 읽고 나서도 거의 일 년 동안이나 제 영혼은 그 책에서 빠져나오질 못했습니다.

사실 그런 위대한 책은 많습니다. 

그런 책들을 다 읽으려 하기보다는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으려 한다면 영혼에 푸르른 숲이 빽빽하게 들어차지 않을까요. 진정한 책읽기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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