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물지 않는 모기가 내 방에 들어와 이틀째 동거 중. 그래그래, 우리 같이 살자. 이것도 인연이다.’ 혜민 스님의 말씀을 짚어가며 “삶은 공생”이라는 이석준(63·분당구 야탑동·사진) 현대시장 대표는 1998년, 무색·무미·무취의 참이슬을 연구진들과 함께 개발한 사람이다. “대나무 숯 정제로 잡냄새를 제거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맑고 깨끗한 술로 수십 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생한 자연주의 소주”라며 꾸밈도 없이 여일하고, 깨끗하고 소박한 대나무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한다. 도수가 높아 육류와 진한 안주가 어울려 한국인의 식습관과 무관하지 않다며 “천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마음이 즐거워질 수 있는 것이 흔치 않다”는 이 대표는 그래서 소주는 서민적이라고 한다.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린 후에야 비로소 땅 위로 올라와 흔들림 없이 성장하고 그 속을 비워 겸손한 청죽을 닮은 이석준 대표. 그는 2003년 7월 상무이사로 진로그룹 퇴임 후 (주)엔에프리서치 대표이사를 역임, 2010년 9월 현대시장의 대표이사가 됐다. 이 대표는 “40여 년의 세월을 지역주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시장으로 고객과의 믿음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항상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도록 노력한다”며 주차문제 등 전통시장의 여건상 고객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대형마트와 소규모 점포가 함께 어우러져 장보기가 편리한 현대시장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구역이다. “상권 활성화 사업이 본격화 되면 명품 전통시장으로 발돋움할 것이며 그 변화의 흐름을 따라 시장 상인들의 마음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그는 시장 상인들과의 소통과 상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 곳에서 평생을 보낸 분들이고 마주앉아 이야기하다 보면 모두 내 스승이다.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내 삶의 일부로 평생을 함께할 분들”이라는 그는 주 고객인 지역주민들을 위해 해마다 경로잔치를 한다. 물건을 구매하는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을 입는다며 그 보답으로 어르신들에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상인들과 함께 대접하고 하루를 즐기면서 하나가 될 때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책 읽기가 생활습관인 그의 곁엔 늘 책이 있다. 청년기엔 도스토옙스키와 까뮈가 좋아 세계문학을 읽었고,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 치열하게 살았던 중년기엔 삼국지와 수호지 등 역사소설을 탐독했다. 아마 목표지향적이던 시절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는 그는 “책 속의 다양한 삶의 지혜들이 축적돼서현재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며 슬그머니 일어나 책꽂이의 책을 한 권 들고 왔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문체가 간결하고 쉬엄쉬엄 읽을 수 있는 책이 좋다며 최근 지인으로부터 받은 책인데 읽을수록 마음이 편안하다는 이 대표다.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그는 가족 같은 시장 상인들과 더불어 행복한 시장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조민자 기자 dudlfdk@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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