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려운 조손가정 학생들에게 써 주세요” “집안 형편상 어렸을 때부터 큰집에서 성장하게 됐어요. 학교 문턱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집안일을 도맡아 했지요. 빨래 안 한다고 두들겨맞기도 했고, 구정물 통에서 밥도 건져먹어 보았어요. 사는 게 너무나 힘들어서 도망쳐 나왔는데… 살다 보니 못 배운 게 제일 서럽더이다.” 못 배운 것이 평생 한으로 남는다는 이귀화(71·태평3동) 어르신은 식당일과 폐지를 모아서 마련한 전 재산 4천만 원을 가정형편상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조손가정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다며 수정노인종합복지관에 기부의사를 전했고 6월 3일 공증절차를 마쳤다. “그래도 내 이름 석 자는 쓸 줄 알아요”라며 웃는 어르신의 첫인상은 연세가 무색할 정도로 정정하고 낯빛이 밝았다.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수술을 받았고 미끄러져 팔이 부러져 고생했다고, 말씀을 이어가는 중에도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서른 한 살에 혼자된 후로 줄곧 식당일을 하면서 돈을 모았고 지금은 폐지를 모아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돈이 더 모아지면 기부할 거라는 의사도 밝혔다. “아까울 게 하나도 없다”며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알고 보니 어르신은 장기기증 서약도 이미 해논 상태였다. 자신의 나눔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돼 나눔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결정했는데 전 재산을 기부한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며 이해 못하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안타깝다며 나눔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수정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이귀화 어르신의 뜻을 받아 기부 재산 중 일부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조손가정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일부는 나눔 문화 활성화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윤현자 기자 yoonh1107@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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