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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도쿄 여행

  • 한성현 분당구 금곡동 | 기사입력 2014/03/22 [21:4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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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말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다녀 왔다.
금요일 늦은 밤 출발해 월요일 새벽 도착하는 직장인을 위한 <야단법석> 전세기다.
나의 칠순을 축하해 준다며 동행한 복지관 동료 A는 도쿄 지리에 밝아서 함께 일어 소통능력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새벽에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지하철로 이동했다. 집에서 삶아온 달걀 과 비행기에서 얻은 맥주를 배낭에 챙겨  우에노 공원으로 갔다. 마침 벚꽃 마츠리(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수백 그루 고목에 핀 분홍과 새하얀 꽃들은 군무를 추고 연못은 아침 햇살에 무척 맑아 사진기만 대면 예술작품이 될 것 같았다.
 
천 개가 넘는 초롱등대는 요염한 벚꽃과의 조화로 또 다른 이중주다. 그 아래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둥글게 앉아 술과 음식을 먹으며 왁자지껄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벤치에 걸터앉아 달걀과 여유 롭게 마신 맥주는 살살 입안에 감겼다.
 
신주쿠에 있는 도청전망대에서 도쿄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긴자의 백화점 무리 속에서 윈도우쇼핑도 했다.
 
100엔샵에서 산 빵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해질 무렵 주택가에 있는 민박 숙소를 찾았다. 주변 환경과 쓰레기통도 깔끔해 내가 위생검열을 받는 느낌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해서 하던 일도 멈추고 안내해 주어 잔뜩 움츠린 경계심 은 눈 녹듯 서서히 풀렸다.
 
민박집에서 1박 후 가져간 컵라면을 먹 고 명치신궁에 갔는데 운 좋게도 전통결 혼식을 봤다. 연결된 요요기공원엔 십만
 
그루의 고목들로 공기가 상큼했다. 벚꽃 반, 사람 반, 나머지는 비둘기로 입구부터 밀려다니며 그들과 하나가 된 개미행렬은 질서정연했다. 외국관광객과 연인들은 기쁨으로 꽃놀이를 만끽했다.
 
건너편 벼룩시장에서 티셔츠 3개와 운동화를 깎아서 300엔에 샀다. 가쿠라자카 골목 100년 된 가게에서 저녁에 먹을 슈크림 빵도 사며 어두워져서야 <에도온천>에서 여독을 풀었다.
 
우린 밤새워 양파 속 같은 3일간의 도쿄이야기를 하고 또 하다 새벽 4시 출발, 6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독신인 나와 동행해준 고마운 그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군데라도 더 보려고 지하철 타느라 발이 부르트도록 뛰고 또 뛰었다. 스시 한 번 못 먹고 벼룩시장과 빵, 지하철 비용만 썼지만 내 눈높이에 맞춘 행복한 여행이었다.
 
봄이 오니, 작년 여행 갔던 일이 눈에 선하다. 또 한 번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