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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김성철 분당구 야탑동 | 기사입력 2014/05/22 [09:3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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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지음)

나는 어려서 젖배를 곯아서인지 배고픔을 잘 참지못한다. 이런 내가 유일하게 배고픈 줄 모르고 몰두하는 시간, 바로 책 읽는 시간이다. 최근에 이런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책을 만났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지음)가 바로 그 책이다.

저자는 여러 편의 명작을 소개하면서 독특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공감을 준다.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과 경험을 작품과 연관해 설명하면서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이 눈앞에 보이는 듯 선명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새로운 형식의 서평이다.

릴케 편에서는 학창시절 연애편지를 쓰던 추억이 되살아났고, 펄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 편에서는 ‘신은 모든 곳에 계실 수 없기에 어머니를 창조했다’는 구절을 떠올리며 항상 내 걱정에 밤잠을 설치시는 구순을 바라보는 노모를 그리며 모정을 되새겼다.

<세일즈맨의 죽음>과 카프카의 <변신>편을 읽으면서는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오늘날 가장의 모습과 얼마나 유사한지, 울컥해졌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는 백여 년 전에 오늘날의 사이보그를 예견한 통찰력을,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를 통해서는 사랑의 고통과 기쁨을 느꼈다. 셀 실버스타인의 <잃어버린 조각>에서는 완벽한 것이 결코 편안하고 좋은 것이 아니며 차라리 조금 모자란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더스다이제스트가 이십세기 최고의 수필로 칭송한 헬렌 켈러의 <삼일만 볼 수 있다면>과 비쉬 셀리의 <서풍부>에 나오는 구절들을 보면서 겨울이 오면 봄은 머지 않으리라는 긍정적 사고와 희망의 소중함도 느꼈다.

문학은 항상 우리 곁에 있으면서 인간이 어떻게 부조리를 극복하고 살아 나갈지를 가르쳐 준다. 열심히 분발하니 먹는 것도 잊고 근심을 잊으니 즐겁다(發憤忘食 樂而忘憂)고 했다. 세상을 담는 큰 그릇인 책에 담긴 문학을 통해 세상의 작은 근심을 잊고 글 읽는 큰 기쁨에 빠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