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달의 절기 여름이 길어진다? 음력 7월은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七月七夕)’으로 시작된다. 칠석에는 장마 동안 눅눅해진 옷과 책을 마당에 내어 말리는데, 이때 옷과 책을 잘 말려두면 습한 겨울에 좀먹지 않는다고 한다. 입추(立秋) 전후로 밤에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지만 낮에는 늦더위가 심하다. 처서(處暑)가 지나면서는 늦더위도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선득선득 차가운 기운이 감돈다. 입추 무렵, 농촌은 비교적 여유롭다. 논매기도 끝나고 김장용 채소의 씨도 뿌린 뒤라 일손이 한가해 진다. 그러나 마음은 좀처럼 한가할 수 없다. 이때부터 추수 때까지의 벼농사는 오로지 하늘에 달렸기 때문이다. 입추부터 처서까지는 벼가 한창 익어가는 시기라 맑은 바람과 따가운 햇볕이 계속돼야 한다. 이때 비가 내리면 그동안 잘 익어가던 나락이 썩게 되므로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 경남 통영에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감하고,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백석을 감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는 입추가 지나서 비가 오래 내리면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 비가 그치기를 비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근래에는 입추 전후로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된다. 절기상의 날씨와 실제 날씨가 왜 맞지 않을까? 24절기는 수 천 년 전에, 중국의 화북 지역을 기준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그 주범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다. 기상청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24절기 평균 기온이 100년 전에 비해 평균 1.5℃ 상승했다고 한다. 그 결과 우수부터 대서까지는 그 징후가 정해진 시기에 비해 빨리 나타나고 입추부터 대설까지의 징후는 늦게 나타난다. 절기상으로나 실제 날씨로나 여름이 빨라지고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운동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은 “우리는 자연의 이자로만 살아야지, 원금을 까먹으면 끝이다”라고 하셨다. 이 말씀의 뜻을 되새겨 볼 때다. 전우선 궁궐 문화유산 체험 학습지도사 folojs@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