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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행복한 나날 만들어가는 해피데이 전경모 회장
성남에 터를 잡고 몸으로 뛰어온 25년! 올해 성남시 여성상 수상자(봉사부문)인 ‘해피데이(Happy Day)’의 전경모(56·수정구 수진2동) 회장을 만났다.
지난 80년 두 딸을 데리고 성남으로 이사 와서 셋째 딸을 출산한 후, 83년부터 헌옷을 모아 세탁하고 꿰매고 다림질해 장애인 시설에 전달하고, 튀김집에서 기름을 얻어다가 비누를 만들어 팔아 식료품을 사서 전달하면서 작지만 특별한 봉사를 시작했다.
참으로 막막하기만 했던 시절이었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모란시장에서 장사를 했고, 때로는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봉사를 한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장애인들과 맺은 인연을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96년 수진2동에 비영리단체인 사회복지후원회를 인가받아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고, 야쿠르트를 전해주는 아주머니들을 통해 어르신들의 근황을 살피는 연락체계도 갖추었다. 98년에는 해피데이를 탄생시켜 현재 25명의 회원이 매주 토요일이면 목욕과 이·미용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이주여성 친정어머니 되어주기’에도 참여해 베트남 딸을 두었고, 새터민도 보살피면서 대한적십자사 수정봉사회에서 11년, 성남동 작은사랑의집 등에 또 다른 인연을 맺은 이들을 만나러 20년째 찾아간다.
그러나 이제는 봉사하는 데 힘이 덜 든다고 한다. 98년 수진동 골목에 작은 음식점을 열어 1년에 두 번씩 어르신들께 식사 대접을 했는데, 올해는 혜성로타리클럽 후원으로 제일경로당에서 200명이 넘는 어르신을 모시고 성대하게 경로잔치(6월 4일)를 했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홀로지내다 돌아가신 분들이 뒤늦게 발견되어 장례를 치르는 일이다. 지난 3월에도 어르신 한 분의 장례를 치렀는데 다른 행정절차야 관련 기관에서 하지만 경위조사는 그동안 돌봐온 전경모 회장의 몫이었다.
돌아오는 길이면 수없이 생각하고 다짐도 한다. 성남에 살기를 참 잘했다. 후회는 없다. 어려움 속에서도 잘 커준 아이들이 고마워서 눈물이 흐를 때가 많았다고 한다. 앞가림도 못하던 시절, 그래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봉사가 어려움을 이기는 데 더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도 어르신네가 부탁한 서류 심부름을 하러 동주민센터 직원 퇴근 전에 가야 한다고 총총히 일어서는 모습을 볼 때 봉사가 생활 자체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 막내딸만 시집보내면 집을 마련해 홀몸 어르신을 모시고 보살피면서 사는 것이 꿈이라는 전경모 회장. 고령화 사회로 가는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등불 같은 여성이 아닐는지.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