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월의 대표는 단연 단풍이다. 단풍은 찬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에 산을 뒤덮기 시작해서 보름 뒤인 상강 즈음에는 만산홍엽의 절정을 이룬다. 여러 단풍 중에서도 뾰족뾰족 갈라진 작은 잎이 아홉 개인 당단풍이 가장 붉다. 만산 홍엽을 잇는 아름다움은 서리로 뒤덮인 아침 들판이다. 상강(霜降) 무렵, 아침 햇살이 서리로 뒤덮인 들판을 비추면, 들판은 온통 하얗게 반짝거린다. 청정한 아침 공기, 반짝거리는 들녘, 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길이 덩달아 상쾌했다. 한로 무렵 찬바람이 불면, 벼 수확을 끝낸 논은 둘레에 도랑을 파고 물을 빼준다. 논물이 빠지면 겨울잠을 자려고 논바닥으로 파고 들어간 살찐 미꾸라지를 잔뜩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잡은 미꾸라지로 국을 끓여 마을 잔치를 열고 마을 어른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먼저 올린다. 이를 ‘상치(尙齒)마당’이라고 한다. ‘상치’는 노인을 숭상한다는 뜻이다. 가을의 제철 먹을 거리는 국화였다. 울긋불긋한 산중에 앉아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여러 색의 국화꽃을 얹고 반죽을 둘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주를 마시며 흥에 겨워 시를 짓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가을을 즐기는 동안, 동물들은 겨울 채비에 들어간다. 여름새인 제비는 강남으로 돌아가고, 겨울새인 기러기가 날아들고, 동면하는 벌레들은 땅 속으로 숨는다. 동물들은 겨울 채비로 바쁘지만, 우리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만끽해 보자. 자연 속에 살면서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움을 자꾸 외면하다 보니 자연과 멀어진 것 같다. 올가을엔 분주한 마음은 잠시 접어 두고 가까운 공원에라도 나가 단풍잎도 만져보고, 국화향도 맡아보자. 손끝으로 전해지는 가을이 마음을 화사하게 해 줄 것이다. 전우선 궁궐 문화유산 체험 학습지도사 folojs@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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