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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피는 연꽃, 목련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5/02/24 [17:4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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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그 중 하나가 털코트처럼 솜털이 달린 껍질로 완전무장하고 매서운 겨울을 너끈히 버텨내다가 잎이 나오기도 전에 부지런히 크고 탐스런 꽃을 피우는 목련이다.
연못의 진흙 속에 뿌리를 내려 자라지만 단아한 자태의 꽃을 피우는 연꽃은 괴로움으로 가득찬 사바세계(인간세계)에서 태어난 부처와 닮았다고 특별한 대접을 받는데 연꽃을 닮은 크고 탐스런 꽃이 나무에 피어 얻게 된 이름이 목련이다.
목련에는 백목련, 자목련, 별목련 등 꽃 색깔과 모양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중국 원산의 목련은 백목련이다. 중국에서는 백목련을 ‘목란’이라 부른다. 이는 백목련의 향이 난초와 같다고 붙인 이름이다. 유명한 만화영화 ‘뮬란’은 목련과 관련된 제목인데 백목련을 가리키는 중국발음 ‘목란’의 오력이라고 한다. ‘황심’은 나무속이 황색이어서 얻게 된 목련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백목련은 ‘목필’이라고도 불리는데 꽃봉오리가 붓을 닮아서 얻은 이름이다.
꽃이 핀 목련을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많은 꽃봉오리들이 신기하게도 북쪽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목련은 ‘충정의 꽃’ 또는 ‘북향화’라고 한다. 유배지에 있던 신하의 눈엔 그런 목련이 임금님이 계신 북쪽을 향해 절을 하는 모습으로 보였고 충정심 가득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꽃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꽃봉오리가 북쪽을 향하는 진짜 이유는 생장호르몬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보통 식물들은 햇빛이 비추는 쪽으로 굽는데 그건 그 반대쪽에 호르몬이 많아서 세포분열이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련은 빛을 더 많이 받는 남쪽 부분에 생장호르몬이 많이 생기고 그러면 남쪽이 북쪽보다 더 자랄 것이고 더 많이 자란 남쪽이 덜 자란 북쪽으로 휘면서 키를 맞추게 된다. 그러면 결국 꽃봉오리의 끝은 자연스럽게 북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목련은 향기가 강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목련꽃의 향기를 무척 불길하게 여겨 ‘목련꽃이 있는 침실에서 잠들면 죽음에 이른다’고 꺼려했고 목련 그늘에서는 낮잠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의 목련사랑은 유별났다. 장마철에는 목련 장작으로 불을 때 향기를 내고 , 목련의 좋은 향기가 병을 쫓는다고 해서 집집마다 목련 장작을 준비해 둘 정도였다. 떨어진 꽃잎으로는 목련차를 만들어 즐겼으며 향기가 강한 나무껍질에서 방향재의 원료를 얻기도 했다.
꽃받침이 없어 바닥에 떨어진 목련 꽃잎들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금방 갈색으로 변해버리지만 깨끗한 꽃잎을 주워보면 꽃잎 안에 공기층이 들어 있어 도톰하다.
꽃잎의 안쪽 끝부분을 살짝 뗀 다음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으면 예쁜 상아색 풍선을 만들 수 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알리며 부지런히 핀 목련 꽃잎으로 풍선도 만들어보고 달빛에 비친 목련꽃도 감상해보는 것으로 이른 봄맞이를 해보면 어떨까?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