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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떠나는 성남역사기행 (7)

  • 관리자 | 기사입력 2008/07/24 [15:4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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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과 실천의 삶, 조선후기 여류 문사 강정일당

# 남성의 전유물 '성리학' 본격 연구

성남을 근간으로 하는 역사적 인물로, 지난 1986년 성남시 향토유적 1호로 지정되고 2005년에는 문화관광부 7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돼 추앙받고 있는 조선후기 성남지역의 여류 문사인 강정일당이 있다.

강정일당(1772~1832)은 본관은 진주, 호는 정일당, 제천 출신에 강희맹의 후손이다. 20세에 자신보다 6살 어린 윤광연에게 시집을 갔으나 시댁이 빈한해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갔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남편에게 학문을 계속할 것을 독려하며 자신도 틈틈이 학문을 연마했다. 

그 당시 조선후기는 실학, 양명학 등 다양한 사상이 영향을 주던 변화가 많은 시기였지만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성리학적 윤리관이 지배했던 시대였다. 이런 시기를 살았던 강정일당은 그 시대 여느 여성들처럼 시대에 순응했지만 학문을 통해 인격을 연마하고 실천적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성리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내면화해 실천적 측면에서도 최상급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그녀는 자신보다 50년 선배인 여성학자  임윤지당을 존경하여 “하늘에서 받은 성품은 남녀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는 그녀의 말을 인용하면서 비록 여성이지만 성인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음을 늘 기억하였다.

# 남편을 받들면서도 스승처럼 이끌어

“저는 비록 아녀자의 몸으로 집안에 갇혀 아는 것도, 들은 것도 없지만 바느질하고 청소하는 틈틈이 옛 고전을 읽어 선현들의 경지에 이르려 합니다. 하물며 대장부인 당신은 부지런히 노력한다면 무엇을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강정일당은 이런 말로써 자신이 처했던 조선의 모든 제도적 실상을 인식하면서도 나름대로 지적 욕구를 충족하려 했고 남편 윤광연을 스승처럼 이끌었던 여성이었다. 

후에 윤광연은 “내가 그대의 말을 듣고 심히 기뻐하며 드디어 힘써 배웠다. 그대의 말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어떠한 모양의 인간이 되었을는지는 알 수 없다. 오직 그대가 나에게 있어서 남들이 하기 어려운 것을 하며 남들이 드물게 보는 것을 얻게 되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녀는 경서에도 밝았을 뿐 아니라 시문에 뛰어나 당시에 문명이 높았다. 사람들이 그녀의 남편에게 글을 청하면 대신 지어주는 일이 많았다. 이직보가 그녀의 시 한수를 보고 매우 칭찬하였는데 이 소문을 듣고 저술을 일절 남에게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글씨에도 능하여 특히 해서를 잘 썼다고 한다.
슬하에 5남4녀를 낳았으나 모두 일 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러한 정일당의 삶은 가난과 고난으로 점철된 삶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그녀는 학문을 연마하는 진지한 선비의 모습으로 살았고, 시부모를 공경하고 남편을 받들고 조언했으며, 시와 문장에도 뛰어난, 재와 덕을 겸비한 여성이었다.

# 향토유적 1호 강정일당 사당, 청계산에 위치

강정일당은 유교 경전 연구를 비롯해 30여 권에 이르는 많은 저술을 남겼으나 대부분이 생전에 소실되고 일부의 유작들만이 사후에 남편 윤광연의 지극한 노력으로 수집 간행됐는데 그것이 바로 ‘정일당 유고’다. 여기에는 38편의 시를 비롯해 편지․시문․행장 묘문의 글이, 부록에는 정일당에 대해 다른 사람이 쓴 행장 묘지문 등의 자료가 수록돼 있다.

분묘는 수정구 금토동 산75에 위치하고 있고 남편 윤광연과 합장돼 있는데 묘비 하나 없이 전해오던 것을 성남시의 파평 윤씨 문중의 협조를 받아 1998년 사당과 묘지를 재조성 하였고, 1992년부터 현재까지 성남시에서는 강정일당 상을 제정해 현대 여성의 귀감으로 삼고자 매년 시상하고 있다. 사당과 묘지는 청계산 푸른 숲과 계곡을 따라 산자락 깊은 곳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어 강정일당의 삶처럼 정갈하고 순수한 느낌을 준다. 

강정일당은 진정한 학문이란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닌, 아는 것을 얼마나 삶 속에서 실천하느냐의 문제임을 알려준 인물로, 여성으로서 사회적 자아실현이 봉쇄된 시대에 살았지만 학문을 통해 인격을 연마하며 삶 속에서 이를 실천하고자 했다. 이러한 강정일당의 삶과 학문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학문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도움말_성남시 학예연구사 진영욱 729-3013
전미향 기자 mhchun@cans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