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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베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5/09/21 [15:0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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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베개
김민경 중원구 도촌동
 
이따금씩 그리워지는 소리, 냄새, 촉감, 맛 등이 있다. 그것이 언제부터 나의 오감에 작용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때에 따라서 그리워지는 그것들에 절로 마음을 놓을 때가 있다.
몸의 고통이 아닌 마음의 고통이 찾아들면 서성이다 매트에 잠깐 누웠다가 방에서 나와 거실을 오간다.
아직 기온차가 크지만 봄은 그래도 ‘나왔어요’ 하며 동네어귀부터 저기 보이는 높은 산까지 초록과 분홍, 멋스러운 꽃들로 수놓았다.
햇빛도 적당히 들어오는 따스한 오후.그것을 지금 오로지 눈이라는 시각을 통해서만, 베란다 창문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니, 사치스럽게도 기나긴 하품이 눈을 닫아버린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그렇게 소파에 앉아 졸고 있다가 눈을 뜨니 어느새 엄마가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계신다.
엄마의 뒷모습. 산뜻한 컬러로 흰머리를 감추고 한결 정돈된 밸런스의 퍼머가 인상적인 그녀의 뒷모습에 조용히 시선을 둔다. 여전히 재치 있고 상냥하며 나에게는 정말 둘도 없는 대화 상대가 돼 주는 친구같은 엄마의 모습에. 조용히 소파에서 내려와 괜한 TV 소리를 운운하며 “너무 시끄럽다. 볼륨 좀 낮춰야지”하며 긁적긁적 머리를 긁는 엄마의 뒤로 내려가 앉는다.
“어머머 저게 뭐야, 저거 해먹으면 맛있는데.”
“응? 뭐가?”
“너 감태 알아?”
“감태?”
“응. 옛날에 할머니가 그걸 잔뜩 가지고 와서 무쳐 주셨는데 그게 얼마나 맛있던지, 서울와서는 도통 먹어 보지 못했네. 파래같은 건데….”
“응.”
다시 잠이 들려다 문득 얼굴 앞에 그리운 것이 와 닿는다. 따뜻한, 정말로 따뜻해서 잊다가도 다시 찾게 되는, 엄마의 등.
어쩜 이리도 신기할까, 세월은 흘렀는데, 세상은 크게도 변해가는데, 엄마의 그 등의 온도와 감촉은 예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 달라질만도 하잖아? 싶은데, 오히려 너무 그대로여서 놀랍고 고맙고 감사하다.
따스한 그곳에 잠시 머리를 대고 스르륵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