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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금난새 씨와 말러와의 만남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5/11/24 [15:0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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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 씨와 말러와의 만남
 
고승연 분당구 이매동
 
가을이고 해서 오랜만에 저녁 산책 겸 연주회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성남아트센터 연주회 티켓을 예매했다. 하지만 퇴근해서 저녁 먹고 배가 부르니 콘서트고 모차르트고 다 무심해졌다. ‘티켓 값도 얼마 되지 않는데…. 아니야, 지휘자가 금난새 씨고 모차르트잖아.’ 한참 망설이다가 집을 나섰다.
공연이 시작될 준비가 되자 금난새 씨가 큰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 지휘단상에 오르자 지휘봉이 아니라 마이크를 잡고 인사와 함께 곡에 대한 짧은설명을 덧붙였다. 부드러운 미소와 유머 속에 전문가의 여유가 느껴지는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이다.
첫 번째 곡인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2번은 익숙한 곡인데다 금난새 씨가 연주곡 전체를 몸으로 연주하듯 지휘하는 모습이 드라마틱해서 감동이더해졌다.
1부가 끝났다. 2부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이었다. 말러는 익숙한 작곡가도 아닐 뿐더러 곡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애초 길을 나설 때부터 모차르트만 듣고 오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던 터였다. 하지만 나를 2부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게 만든 건 역시 금난새 씨였다.
2부가 시작되자 마찬가지로 단상에 올라 4개 악장들 각각에 대해 소개했다.
그 덕분에 말러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커졌다. 드디어 시작됐고, 1, 2, 3, 4악장으로 이어지면서 감동은 기대를 넘어서 하마터면 울 뻔했다. 줄리아 로버츠가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난생 처음 오페라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던 기분이 이해가 갔다. ‘말러 곡을 듣고 감동을 받다니….’ 말러의 천재성을 이해한다는 의미라면 혹시 나에게도 숨겨진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닌지, 별별 상상을 다 해봤다.
클래식 애호가는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연주회 기회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날 같은 감동은 없었다. 예전엔 요즘처럼 세상살이 힘들다 느껴본 적이 없고, ‘이게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 하루하루를 견뎌본 적이 없었기에, 작곡가·지휘자·연주자들의 인내와 노력으로 만들어낸 하모니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몰랐던 것 같다. 금난새 씨와 말러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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