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동네 엄마들이 아파트 남는 공간을 작은 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알음알음 친해진 엄마들끼리 우연히 커피 마시다 “저 공간 아깝지 않아요?”라는 아이디어로 시작. 이제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금곡동 두산위브아파트 될성푸른나무 작은도서관. 아이들은 친구를 만나 소곤거리며 책을 읽거나 심심할 때 편하게 들르는 공간으로, 엄마들은 정보도 나누고 배우고 싶은 공부도 하고, 급할 때 잠깐 아이도 맡길 수 있는 일석다조의 문화공간이다. 될성푸른나무 작은도서관 자리는 원래 중·고생 독서실이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어둡고 삭막해 이용자가 거의 없었고, 동네 엄마들은 놀이터 말고는 아이와 함께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아이 키우며 어쩔 수 없이 전업주부를 선택했지만 늘 교류를 원하던 엄마들은 이 어정쩡한 공간을 책도 보고 차도 마시고 공부도 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커뮤니티 공간을 포함한 될성푸른나무 작은도서관은 그렇게 시작했다. 모임을 만들어 입주자대표회의를 설득,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봉사자 위주로 운영위원회를 조직했다. 직접 페인트칠과 재활용 가구들을 구해 공간을 꾸미고, 장서도 동네 기부로 채웠다. 구경만 하던 주민들이 관심을 드러냈고, 좋은 일 한다며 거드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자 도서관 프로젝트는 가속이 붙었다. 지역주민의 수고와 엄마들의 열정이 합쳐져 준비 2개월 만인 2014년 9월 19일에 도서관을 개관했다.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어 2017년 5월 현재 등록회원 250여 명, 상시 자원봉사자수 15명, 장서 7,500여 권을 보유한 곳으로 성장했다. 적은 인원으로 사고치듯 시작했지만 이제는 동네 주민 모두가 함께 끌고 가는 도서관이다.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창의독서(학생), 스피치(학생), 난타(학생), DSLR(성인), 꽃꽂이(성인) 등 다양한 문화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계절마다 마을신문 <금곡통>을 발행해 금곡동과 도서관의 이모저모를 알리고 있다. 문화학교 수강생들은 지역사회 활동에도 열심이다. 학생 난타팀 ‘두드림’은 벌써 20여 차례 공연 봉사도 진행했다. 성인 DSLR 사진팀은 ‘장수(영정)사진’ 및 ‘미리내 사진관’(다른 사람을 위해 미리 돈을 내면,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교제출용 사진을 무료로 찍어 후원하는 사업)으로 봉사하다가 최근 문화협동조합 <미래>로 재탄생했다. 성남문화재단의 공간조성사업 공모를 통해 스튜디오를 만들고 더 많은 사회기여 사업을 준비 중이다. 그 외 성남시립예술단과 함께하는 통통통 작은 음악회 및 벼룩시장, 아이들을 위한 축구캠프, 방학마다 개최하는 ‘야호! 도서관이 좋다’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서관은 성남시가 지원하는 다양한 협력 사업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될성푸른나무 서은경 관장은 말한다. “입구에 스티커 보셨어요? ‘우리 아이들 마을이 함께 키웁니다’ 라는 우리 도서관 캐치프레이즈를 실감해요. 여긴 모두가 엄마고, 이모고, 조카들이고 언니, 오빠, 동생들이죠. 우리 모두가 서로를 키우고 있다는 걸 느껴요.” ‘한 마을에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동네 전체의 책임이고, 아이 하나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그만큼 우리는 주변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성장한다. ‘주변 모든 아이가 내 아이’라는 넓은 생각으로 만든 도서관이 마을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될성푸른나무 작은도서관 031-719-5006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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