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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각산책] 옛 사람들의 사랑과 치정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7/07/24 [09:2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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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하정인도, 신윤복, 간송미술관 소장    ©비전성남
 
▲ 남천일록』에 실린 심노숭의 고백, 장서각 소장    © 비전성남
 
■ 전시명 : 장서각 특별전 “옛사람들의 사랑과 치정”
■ 전시기간 : 2017년 7월 1일 ~ 12월 16일 
월~토요일 개관 9:30~17:30, 공휴일·일요일 휴관
■ 문의 : 장서각 031-730-8820
 
사랑이 지니고 있는 낭만적이고 숭고한 가치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않을 것이다. 이는 곧 과거로부터 현재로,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우리 삶의궤적을 이끌어간 역사의 추동력이자 인간 본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인간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지만, 삶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사랑만 있었던것은 아니다. 삶의 과정에 곡절과 역정이 있듯이 사랑에 얽힌 온갖 어지러운 치정을 만나지 않을 수 없다. 치정은 불행한 사건의 계기가 되기도 했고, 파국으로 치닫는 인생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이면에는 욕망을 어떻게 이해하고 제어할 것인가 하는 사회적 윤리와 통념이 연관돼 있다.
“내가 평생 괴로워한 것은 남들에 비해 성욕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이 서른 이전에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집착하여 성욕과 관련된 일이라면 세상에 창피한 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였다. 통렬하게 반성하여 스스로 극복하려 했지만 끝내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서른 너댓 살이 되어 기력이 빠지기 시작하였지만 마음만은 여전하였는데, 나이 마흔 이후로 기력과 마음이 아득히 사그라진 재처럼 되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문인인 심노숭(沈魯崇, 1762~1837)이 쓴 기록이다. 심노숭이 대단한 것은 이처럼 자신의 성욕을 진솔하게 고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성욕은 인간의 본능이라 지식인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육체적 사랑이 만연하면 당연히 지배계층은 이것을 제어하려 했다. 「동의보감」 에서는 ‘정(精)’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어 그 양이 한 되 여섯 홉이며 무게로는 한 근 정도에 불과해 함부로 사용하면 결국 몸에 병이 든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사랑을 어찌 도덕적 가르침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는 옛 기록을 통해 그들의 삶 속에 사랑을 모아구성한 특별전 ‘옛 사람들의 사랑과 치정’전을 열었다. 사람은 태어나 살며 사랑하고, 그 사랑을 통해 삶을 이어간다. 숭고한 사랑, 이별의 그리움, 신분과 나이를 넘어서는 사랑, 미움으로 파국을 맞이하는 치정(癡情)에 이르기까지 그 사랑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갈등하며 살아가는 삶의 모습도, 신분과 나이를 넘은 숭고한 사랑도, 불같이 타오르는 욕구를 절제하지 못한 사랑도, 때로는 애증으로 점철된 파국도 모두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이야기다. 이러한 측면에서 만난 고문헌, 고문서 속의 사랑이야기를 보면 우리가 알던 조선시대와는 사뭇 다른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당혹감이 들 수도 있지만, 전통시대를 바라보는 이해를 넓힐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특히 장서각 자료는 시각적인 효과나 즉흥적 감성을 자극하는 자료가 아니라 기록을 통해 이야기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전시 관람하는 사람들의 풀이에 대한 몫이 훨씬 크다. 사랑과 치정을 휘감는 그 파란만장한 스토리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의 현실과 개인의 인생사와도 맞물려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옛사람들의 사랑과 치정’전을 통해 고전 속의 사랑법과 삶의 향기가 우리에게 넉넉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