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원2동 1복지회관에 생긴 나눔냉장고     © 비전성남

성남시 상대원2동 1복지회관에 특별한 냉장고가 생겼다. 누군가 후원한 먹을거리를 필요한 이웃들이 가져갈 수 있는 나눔냉장고.
최근 “마법의 냉장고”, “거리의 나눔천사”로도 불리는 나눔냉장고는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며 나눔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로 각광받고 있다. 냉장고가 음식 저장고에서 사랑 저장고, 웃음 저장고가 되기를 소망하는 복지회관 박미경 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눔냉장고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여기는 옛날 시골동네 같아요. 무슨 일 있으면 동네 분들이 다 모이고, 아이가 아파도 온 동네 분들이 모여서 걱정해 주시고요. 우리 복지관은 어린이집, 경로당도 한 건물에 있어요. 경로당에서는 모여서 점심을 해 드시곤 하는데 여기서 먹는 한 끼가 식사의 전부인 분들도 계셔서 마음이 아팠어요. 혼자 지내시는 분들은 해 드시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반찬도 마땅찮으니 점심 드신 걸로 버티시는 거죠. 반찬배달 지원을 받는 분들도 있지만 더 많은 분들에게 지원해 드리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운영상황은 어떤지요.
식료품 유통회사 등지에서 유통기한은 가까우나 먹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 어묵이나 건어물, 김, 요구르트 등 식료품, 화장지, 샴푸, 비누 등 생필품도 지원해 주십니다. 푸드뱅크에서 빵도 나누고, 생협에서도 도움을 주시고요. 또 고향에서 올라오거나 옥상에서 농사지은 양파, 상추, 무 등 농산물을 나누는 이웃 분들도 계세요. 본인이 참 어려운 형편이지만 복지관에 뭔가 주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어려운 분들이 나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생각해 주시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쉽게 상하지 않는 장아찌나 마른반찬, 통조림, 직접 담근 고추장이나 된장 등 장류도 갖다 주시는데 정말 너무 감사한 이웃들입니다. 후원해 주시는 회사나 이웃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말 좋은 일이네요. 이웃 간에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바자회 할 때 “어머니 프라이팬 좀 빌려주세요”하고 부탁드리면 금방 들고 오셔서 부침개까지 부쳐주는 고마운 이웃들이세요. 어르신들이 반찬 나눔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요.
식료품이나 물건이 들어오면 바로 나갑니다. 처음에는 10명 정도 예상하고 신청자를 받았는데 30명 정도가 냉장고 이용을 신청하셨어요. 대부분 홀몸 어르신들이시고요. 요즘도 맨밥에 물 말아 소금이나 된장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분들이 있어요. 아직도 그런 경우가 있나? 하는데 아직도 많아요.
주변 분들에게 혹시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늘 이야기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하는 일이 있으신지요.
다양한 분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어려운 분들이 있는데 혹시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고요. 이런 일들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한정된 복지예산에서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늘 이곳저곳 연락해 후원을 부탁하기도 하고, 바자회도 열어서 보탬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또 우리 복지관 이용하는 분들만이 아니라 복지관과 지역사회가 연계해 어려운 분들도 찾아내고, 사회적 자원도 발굴해 더 많은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 캐치프레이즈가  “웃음소리 들리는 동네 만들기”인데 나눔냉장고가 생기면서 주민들의 웃음이 더 많아졌어요.
냉장고만 봐도 배부른 것 같다며 흐뭇하게 웃는 분들을 보면 행복해지네요. 지역사회 전체에 웃음소리가 퍼지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 나눔냉장고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 비전성남

독일과 유럽에서 활성화된 거리의 냉장고 푸드 셰어링(음식물 나누기)은 음식물 낭비 방지와 이웃끼리 남는 음식을 나눠먹는 창구 기능을 하는 시민사회운동이라고 한다.
우리의 나눔냉장고는 ‘복지’에 더 중심을 두고 있다. 복지수요가 필요한 이웃들에게 이웃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나눔냉장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에 육박하는 지금도 찬밥에 물을 말아 간장, 된장 등 장류 하나로 식사를 해결하는 이웃들이 있다. 우리의 나눔냉장고가 이웃들의 주름을 펴줄 수 있는 냉장고가 되길, 상대원2동 1복지회관 나눔냉장고에 더 큰 웃음소리가 들리길 기원한다.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