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구청 앞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분수대가 있는 공원으로 가는 길, 양지마을에서 중앙공원 다리를 건너 좌측 야외공연장으로 가는 길, 초가을 맑은 햇살이 이제 막 피고 있는 ‘꽃무릇’을 비춰 아름다운 꽃길을 열어주고 있다.
‘꽃무릇’은 꽃이 지고 잎이 나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하며 늘 그리워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식물이다.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습한 땅에서 자라는데 이곳 분당 중앙공원에 ‘꽃무릇’이 피기 시작했다. 30~50cm의 줄기가 올라와 붉은 꽃이 보름정도 활짝 핀 후 꽃이 지고 열매는 맺지 않는다. 땅속 비늘줄기(구근)로 번식이 이뤄지는 이 꽃은 한약 명으로 석산(石蒜)이라고도 한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피고 지는 이유에서 상사화로 통하지만 꽃무릇과 상사화는 다르다.
지난해부터 꽃무릇 피는 이맘때면 시민들의 발길이 중앙공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껏 피어나는 ‘꽃무릇’을 찍는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산책을 나온 부부도 잠시 앉아 쉬어 가는 곳, 이 길 위에서 만나는 이들이 서로에게 환한 웃음을 건네며 꽃길을 걷는다.
정자동에 산다는 강형전(69) 씨 부부, “남쪽에서만 보던 꽃이라 이곳에서도 필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지난해부터 ‘꽃무릇’이 피는 것을 봤다. 이젠 기후여건도 많이 달라짐을 느낀다”며 “사흘 전에는 꽃대만 보이더니 오늘은 피기 시작하는 ‘꽃무릇’을 볼 수 있어서 아주 반갑다. 꽃이 지기 전까지 매일 보러와야겠다”고 말하는 부부의 웃음에 꽃물이 드는 아름다운 오후다.
‘충무무공훈장’ 수훈자라는 수내1동 이기응(67) 씨는 32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2002년 이사를 왔는데 동 주민센터 노래교실도 다니고, 매일 중앙공원을 산책한다. “성남에서의 생활은 참 편리하고 좋다. 이제 중앙공원에서도 ‘꽃무릇’을 볼 수 있어서 멀리까지 가지 않아서 좋다. 성남시가 시민을 위해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수내동 이소은(3) 할머니는 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자주 이곳에 온다고 했다. 그래도 할머니와의 대화상대가 돼 주는 어린손녀와 요즘 한창 피는 ‘꽃무릇’을 보는 즐거움도 있는 중앙공원 산책길이라 했다.
꽃이 피어있는 시간이 짧아 때를 놓치면 다시 내년을 기다려야한다. 9월이면 붉고 둥근 화관을 쓰고 서 있는 여인의 속눈썹 닮은 ‘꽃무릇’을 만나러 오늘은 중앙공원으로 발걸음을 해보자. ‘돌마각’ 분수가 멋진 무지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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