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양한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성남문화원 부설 성남학연구소가 올해는 <성남 판교의 역사 재조명>을 주제로 제22회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10월 31일 성남시청 3층 한누리홀에서 열린 학술회의 개회사에서 김대진 성남문화원장은 “이번 학술회의가 지금까지의 학술회의와 달리 기대가 큰 것은 판교가 매우 중요한 교통로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낙생행궁의 복원이나 낙생역, 판교원, 판교역, 판교주막거리 등의 복원 과제가 현실적인 해결 현안이 많은데 비해 이번에 새롭게 발표되는 사신행차 재현 등의 문화행사 추진 방안은 재현이 어렵지 않은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밝혔다.
교통사적 측면에서 바라 본 <성남 판교 역사의 재조명>을 대주제로 조병로 경기대 명예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판교 지역이 교통로상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세 가지로 전했다. 판교지역은 도성과 광주-용인을 연결하는 탄천을 중심으로 교통로상에 위치한 교통취락을 형성했다는 점, 조선 초기 한양 천도 이후 양재-낙생대로와 천천현로의 개발, 그리고 송파대로의 형성을 통해 삼남지방으로 연결하는 중요 교통로 구실을 했으며, 따라서 판교, 낙생지역에는 판교원, 낙생역, 판교주막과 낙생장이 형성돼 상품 유통경제의 중심 역할을 한 점, 임금의 지방 행차에 따른 청계산, 남산 사장(射場), 정금원 교장과 연계해 낙생역 앞뜰에서 파오달(파오 형태의 장막 시설)을 설치해 주정소 또는 임시 숙소 역할을 한 점을 들어 교통로상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알렸다.
제1주제는 <1811년 조선통신사 판교참 기록의 가치>를 하남 풍산고등학교 유병상 박사가 발표했다. 서울대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이 기록은 당시 관리들이 행정 문서에서 이두식 한문을 사용했음을 보여 주고 있어 국어 연구의 자료가 될 뿐 아니라 판교참에서 사신단 일행을 위한 각종 지원을 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 판교 역사의 복원에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제2주제는 <역원제도의 운영과 성남 판교>를 주제로 숙명여대 홍대한 박사가 서울과 지방을 잇는 핵심 교통로에 위치한 판교역과 판교원의 중요성을 발표했다. 제3주제는 <판교 역사복원과 문화행사 추진방안>을 주제로 동서울대 서승갑 박사가 낙생행궁, 판교역을 배경으로 사신행차와 조선시대 강무(군사훈련), 복식과 음식 등의 콘텐츠를 활용한 문화행사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종합토론은 조병로 경기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윤종준 성남학연구소 상임위원과 이상훈 대한황실문화원 전례부 차장, 조남두 성남학연구소 소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임진왜란(1592년)으로 단절돼 있던 조선과 일본의 국교는 1607년 조선이 도쿠가와막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통신사를 파견함으로써 재개됐고, 이후 1811년까지 204년간 총 12회의 조선통신사가 왕래했다. 통신사의 파견 목적은 막부 쇼군의 습직이나 양국 간의 긴급한 외교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고, 통신사의 편성과 인원은 대략 300명에서 500명이 넘는 대규모였다. 사신단이 일본을 왕래하는 데는 1년에서 1년 반이나 걸렸고 통신사를 안내·호위하거나 짐을 나르는 데만 평균 3천여 명이 동원됐다. 1811년 2월부터 7월까지 통신사가 일본으로 가고,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판교참에서 사신 행차에 필요한 각종 지원을 해 준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는 시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다.
특히 시 승격 40여 년이 된 성남시에 조선통신사 행렬을 새롭게 재현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또한 판교의 첨단 IT기술과 협력해 조선시대 강무(군사훈련)를 소재로 한 게임을 개발한다든지 강무와 사신행렬, 낙생행궁, 판교주막거리 등을 어떤 공원 지역에 약 100m 길이의 OLED 영상 시스템을 구축해서 재현한다면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해 후세에 전승하며,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재현하는 데 모든 시민이 힘을 합친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판교 문화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구현주 기자 sunlin1225@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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