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울긋불긋 물든 나무들, 그리고 수크렁과 억새가 어우러져 가을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탄천에서 토종 민물고기 방류라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수내습지생태원에서 시작된 토종민물고기 방류는 오후까지 둔전교, 사송교, 구미교, 방아교에서 진행됐다.
신경천 성남시 환경보건국장, 이원용 환경정책과 환경보호팀장을 비롯한 관련 부서 공무원 5명이 참여하고 성남시 자연환경 모니터 10여 명이 동행해 생태체험학습을 나온 분당중앙유치원생 26명이 이날 행사에 함께했다.
“물고기야 잘 살아라”라는 유치원 아이들의 당부로 시작된 이날 토종민물고기 방류행사에서는 돌고기 500마리, 미꾸리 2천 마리, 납자루 500마리 등 9종의 민물고기 7,200마리가 방류됐다. 토종민물고기 방류행사는 2007년부터 시작해 올해가 11년째다. 2007년 처음 토종민물고기 방류를 시작할 당시, 탄천은 전형적인 도심 하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용인지역에서 하수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오염된 물길이 성남시 구역의 탄천으로 흘러들어오면서 퇴적물이 두껍게 형성됐다. 모니터링을 위해 던진 투망은 두꺼운 퇴적물에 박혀 건지기 어려웠고 끌어올린 그물에선 시궁창냄새가 진동했다고 김동철 성남시 자연환경모니터회장은 당시를 떠올렸다.
2007년부터 탄천 토종민물고기 방류행사를 지원해온 전문가인 조성장 보령민물생태관장에 따르면, 용인에서 하수처리장이 가동돼 정화된 물이 성남시 영역의 탄천으로 흘러왔고 탄천의 보를 철거한 후 정체돼 있던 탄천에 물의 흐름이 생겼다. 물이 정체된 형태의 호소형하천이 보의 철거로 물 흐름이 있는 계류형 하천으로 변하면서 퇴적물이 쓸려 내려갔고 탄천의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 성남시의 지속적인 탄천수질개선 노력으로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탄천은 2급수의 수질로 향상됐다.
지난 6월 29일부터 2일간 탄천과 주변저수지 지천 등 16개 지점에서 이뤄진 모티터링 결과, 10과 24종의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확인됐다. 33.5%의 피라미와 16%의 붕어와 잉어가 주종을 이뤘지만 깨끗한 곳에서 서식하는 모래무지와 버들치, 돌고기, 참마자, 납자루도 발견됐다. 계류형하천으로 변하면서 더러운 퇴적물이 쓸려가고 깨끗한 모래층이 생긴 덕분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방류된 어종 중 납자루는 민물조개인 말조개에 알을 낳는다. 모니터링 결과 탄천에서 납자루의 치어가 발견됐으니 탄천엔 말조개도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미꾸리는 방귀 끼는 물고기로도 알려진 물고기다. 산소가 부족한 경우에도 장으로 호흡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별명을 가졌는데, 깨끗하지 않은 물에서도 잘 견디며 온도가 낮아지거나 가뭄이 들면 진흙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다. 덕분에 땅을 숨 쉬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고마운 어종이며, 하천바닥에 붙은 유기물을 진흙과 함께 먹기 때문에 모래의 유기물을 먹는 모래무지, 돌에 붙은 유기물을 먹는 돌고기와 함께 하천의 정화에도 기여하는 물고기다.
이번 행사에서 방류된 어종에 포함된 버들붕어 수컷은 알을 낳을 무렵이면 암컷을 독점하기 위해 수컷끼리 매우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산란기가 되면 무지개가 어린 듯 아주 아름답게 몸단장을 하는데 크기는 작으나 민첩하고 매우 공격적인 물고기라서 중국에서는 어항에 버들붕어를 넣어 두고 돈내기 싸움을 시키기도 한다. 버들붕어들은 한 번 싸움이 붙었다 하면 죽을 때까지 맹렬하게 싸우기 때문이다. 버드나무근처에서 산다는 버들붕어도 이번에 방류됐고, 예쁜 모습 덕분에 각시라는 이름이 붙은 각시붕어도 1천 마리 방류됐다.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으면서 생태계에서 각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토종 민물고기들이 다양하게 공존할 때 도시하천은 건강하다고 평가된다.
탄천은 피라미와 잉어와 붕어가 우점종이다. 그래서 이번 방류는 그동안 이루어진 모니터링 결과 탄천에 살고 있지만 개체수가 적거나 더 이상 늘지 않고 정체된 종의 민물고기 위주로 이뤄졌다. 다양한 토종 민물고기들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 외래종인 베스나 블루길이 큰 방해요인으로 지목되는데 다른 도심하천에 비해 베스나 블루길이 물의 흐름이 있는 계류형하천으로 바뀐 덕분에 탄천에선 다행히 적게 발견된다고 한다. 그러나 수가 적더라도 6~7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는 것이 확인됐으니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베스는 그물을 아는 물고기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베스를 하천에서 근절시키지는 못한다.
베스는 낚시애호가들이 낚시의 손맛을 느껴보기 위해 하천에 무분별하게 방류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하게 증가, 토종 민물고기를 잡아먹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그러기에 “충분한 모니터링 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방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성장 관장은 강조했다. 비록 탄천이 도심하천이지만 점차 자연형하천으로 모습을 찾아가고 수질이 더 개선돼 다양한 토종 민물고기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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