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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명사 시론] 전통이란 지금부터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7/12/21 [17:0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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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난새 | 성남시립예술단 상임지휘자 및 예술총감독     © 비전성남
 
외국의 연주자가 와서 웅장한 홀에서 연주를 해야 진정한 클래식이라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클래식계에는 변화가 필요했다. 청소년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음악에 해설을 곁들였고, 딱딱한 제목도 친근감 있게 달았다. 스스로 표를 사서 공연을 보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부담스럽지 않은 입장료도 받았다.

이렇게 탄생한 <금난새와 함께하는 세계음악여행>은 6년 연속 전석매진이라는 경이로운 결과를 가져왔다. 클래식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클래식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틀에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 안 되는 것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성남뮤직페스티벌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모란시장, 판교 유스페이스, 시청 너른못 광장, 위례신도시 등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콘서트홀을 떠나 성남의 곳곳을 돌며 연주했다. 음악이 좋으면 야외도 훌륭한 문화공간이 된다.심지어 연습실에서도 테마가 있는 작은 하우스콘서트를 열고, 정기연주회 전날 리허설에 학생들을 초청해 리허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올해 연주회에는 차이코프스키를 심포니별로 묶어 연주한다거나 한 나라의 음악가들을 같은 연주회에 아우르는 구상을 해본다. 음악을 색깔별로 세팅해 보는 도전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존의 전통과는 다른 우리의 방식으로 우리의 청중에 맞는 클래식을 찾으려 한다. 전통이란 지금부터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잘하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 1등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바꿔 보자. 음악은 잘하는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것이다. 나는 성남시립교향악단의 단원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한다. 성남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사하는 마음을 좋은 연주로 다시 돌려주라고 한다.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기준은 무엇인가. 청중이 그 연주를 들었을 때 행복해하면 그들은 최고의 연주자인 것이다.

2018년 한 해, 우리 오케스트라로 인해 성남이 더 좋은 도시가 되고, 시민들로부터 성남에 오케스트라가 있어 정말 행복하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