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만난 “미스 성남”
강석훈 | 분당구 판교동 볼일이 있어 연차를 내고 일을 처리한 뒤 수내동에서 버스에 오른 시간이 오후 3시. 평일 낮이라 버스 안은 한산했고, 사람들의 표정도 출근시간대와는 다르게 심드렁하기만 했다. 하지만 잠시 후 버스 안 사람들의 고요는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깨졌다. 허리가 심하게 굽어진할머니의 손수레와 부서진 화분, 그리고 버스 바닥을 뒤덮은 흙더미가 보였고, 대략 난감한 상황임이 짐작됐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몸도 성치 않은 노인네가 저런걸 왜 갖고 버스를 타는 거야?’, ‘깨진 화분과 흙은 치우고 내리려나?’ 등등의 짜증이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상황을모두 다 ‘나 몰라라’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이상하다, 사고처리가 벌써 다 끝났나?’ 싶어 할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 아가씨가 할머니와 함께 쪼그리고 앉아 휴지로 깨진 화분의 파편들과 흙을 쓸어 모으는 모습이 보였다.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침착하게 버스 바닥의 흙들을 쓸어내는 아가씨의 모습을 보니 가슴 속에서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이 솟구쳐 머릿속이 하얘지기 시작했다. 남들과 똑같이 그 모습을 외면한 채 시선을 거두어 버린 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왜 그 모습을 외면해야만 했을까? 너무나 당연한 것이 낯설고 생소한 것으로 취급되는 요즘,그런 사회풍토에 익숙한 이기적인 몸짓들이 습관처럼 굳어진 그 안에서 부끄러운 자신을 들켜버린 것 같아 얼른 버스에서 내리고 싶을 정도였다. 목적지에 다다라 버스 바닥을 바라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깨끗하게 치워진 차 바닥과 그 아가씨의 뒷모습을 보았다.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것 같았다. 이 아가씨에게 “미스 성남”이라는 왕관을 씌워드리고 싶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8년 2월 7일(수)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 -2076~8 이메일 :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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