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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각 산책] 부모와 자식 사이도 공짜는 없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1/24 [14:2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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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안박씨 종가의 안뜰    © 비전성남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이것은 타인에게만 있는 원칙이 아니다. 조선시대는 ‘효(孝)’가 곧 국시(國是)였다. 부모는 자식들의 효행을 마음의 저울로 달아보고 그 대가로 사랑이 담긴 재산을 물려줬다. 이는 자식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통해 효도경쟁을 유도하려는 뜻도 담겨 있었다.
 
박세현은 동생의 아들 박의장을 양자로 키웠다. 박의장은 양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잘 자랐고, 효행으로 많은 기쁨을 줬다. 양아버지는 아들에게 효행의 대가로 재산을 주면서 증명문서에 그 이유를 남겼다. “너를 3살이 되기 전에 강보에 싸서 데려와 내가 길렀다.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내가 주위사람들을 볼 때마다 아름다운 말을 해 주어 나에게 영광스러움을 안겨 주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집안의 명예를 더욱 빛내었으니 효도 중에 이보다 더 큰 효도가 없다.(1577년)”

부모의 가장 큰 기쁨은 자식자랑이다. 하물며 조선시대 가장 큰 영예인 과거급제는 가문의 영광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친척들은 물론 친구와 지인들에게 축하를 받고 부러움을 샀다. 이 모든 것이 부모에게는 큰 행복이었다. 그는 아들의 효행에 대해 정산하기로 하고 건장한 남자종 2명과 문전옥답 4,500평을 사랑을 담아 선물했다. 자식 사랑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그 사랑에 ‘이유’를 찾고 계산을 한 후, ‘기록’으로 남겼다. 그 이유는 자식의 건강, 결혼, 출산, 출세 등 부모를 기쁘게 하면 모두 이유가 됐다.

1727년 가을 무안박씨 종가에서 성대한혼례가 있었다. 얼마 뒤 시아버지 박정걸은 며느리 부부와 친척들을 불러 모았다. “이처럼 별도로 재산을 주는 일은 네가 우리 집의 큰며느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네가 우리 조상들의 제사를 받들게 되어 집안이 의지하는 것이 아주 중대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에 시집와서 행동 가짐이 아주 엄숙하여 보기가 좋다. 부모 된 마음에 기쁘고 즐거움을 견딜수 없다. 그래서... - 박정걸이 큰며느리에게 준 재산 상속 문서 중”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뭐든 해주고 싶어 ‘이유’를 찾았고 칭찬거리를 굳이 찾아냈다. 그리고 ‘기쁘고 즐거움을 견딜 수 없어’ 노비 셋과 땅 1,000평을 특별히 선물했다. 이 모든 사연은 문서에 상세히 기록됐다. 그리고 다른 자손들과 친척들이 증인이 됐다. 역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다.부모와 자식의 사랑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옛 사람들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자식들의 ‘효’를 마음으로 정산하고 기록으로 남겨 분명히 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사랑과 선물에 대한 의미 부여였고 자식에게는 면려의 뜻이었다.

자식들도 부모의 사랑을 갚아야 했다. 부모가 남겨둔 재산을 삼년상(三年喪)이 지난 뒤에야 나눠 가졌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에 대한 정산이었다. 삼년상은 곧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마음으로 갚는 기간이었다. 옛 사람들이 그랬듯이 지금도 세상에 공짜가 없음을 부모와 자식은 알아야 한다. 자제들에게 선물을 할 때에는 그 의미를 담아야 하며, 자식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또한 부모들도 명심해야 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