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광장과 학교, 공공청사와 공원 등 74곳에 설치된 위안부 피해 소녀상이 따뜻한 색채로 화폭에 담겨 성남시청 2층 ‘공감’ 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다. 대학생 김세진 씨가 104일간 전국을 다니며 화폭에 담은 소녀상 74점을 ‘소녀, 평화를 외치다’란 주제로 1월 29일부터 2월 4일까지 전시한다. 이번 전시회는 경남 거제시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전시회다.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4학년 김세진(휴학 중) 씨가 2016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전국에 있는 소녀상은 몇 개나 돼요?, 어디어디에 있는지 아세요?”란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현재 내 옆, 내가 지키고 있는 소녀상 말고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104일 동안 전국을 찾아다니며 74곳의 소녀상을 따뜻한 수채화로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강제 철거라는 위기를 겪었던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이 그의 첫 번째 작품이 됐다. 당시 철거를, 어르신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고 그곳 소녀상을 첫 번째로 그리게 됐다고 한다. 세워진 뜻과 이름은 같지만 지역마다 배경은 물론 자세도, 표정도 각기 다른 소녀상엔 또 다른,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까. 김 씨의 사진 설명이 이어진다.
“전국 소녀상 가운데 유일하게 등을 뒤로한 채 돌아서 있는 부천 소녀상에 가장 많은 의미를 전해 받았다. 소녀상의 앞모습을 보는 순간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 소녀상의 얼굴이 내포하는 의미가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소녀의 얼굴에 비춰진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라고.
고양 국립여성전시관에 세워진 소녀상은 일본 성노예 문제에 대해 용기를 내 폭로한 김학순 할머니가 실제 모델이 됐다. 할머니 앞에는 미니어처 소녀상이 놓여있는데 처음 세워질 당시 80여 개였던 미니어처가 한 분, 한 분 돌아가실 때마다 하나씩 치워져 현재는 31개만 남아있다고 한다.
전시작 중 성남시청 광장의 소녀상을 그린 작품은 30여 개 태극기가 달린 나무가 소녀상을 지키는 모습을 표현했다. “작품에 태극기를 묘사한 건 성남시청 광장의 소녀상이 유일하다. 작품 속 태극기는 민중의 항일 정신을 의미하기 때문에 화폭에 담게 됐다”고 한다. 시청 광장에 설치된 소녀상은 그의 50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7월에 그려졌다. 그때의 인연이 이번 전시회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번 전시회 기간 중 매일 오전 11시, 오후 3시 도슨트(안내) 시간이 마련된다. 작가가 관람객에게 작품을 이야기하고 설명한다. 현재 전국에서 세운 소녀상은 99개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38명, 현재 생존자는 31명뿐이다. 취재 윤현자 기자 yoonh1107@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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