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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외줄타기

김윤남 | 분당구 판교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2/22 [16:2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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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타기
김윤남 | 분당구 판교동
 
줄 하나에 생명을 의지하고 고층빌딩의 유리창을 닦는 일. 그게 나의 직업이다. 내가 소위 로프 기사로 일한 지 7년이 됐다. 한 줄의 로프에 인생을 걸고 노동을 하는 나, 가족과 내 미래의 인생이 있기 때문에 외줄에 행복을 걸고 줄타기를 한다.

남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물을 때, 빌딩 외벽을 타며 유리를 닦는다고 말하면 제일 먼저 듣는 질문이 안 무섭냐는 것이다. “무섭지 않느냐고요? 30~40층에 이르는 고층 빌딩이거나 7~8층짜리 낮은 건물이거나 어차피 떨어지면 죽는 건 매한가지예요. 한 줄에 의지해 대롱대롱 매달리는 건 똑같으니까 늘 떨리긴 합니다. 가끔 안 좋은 소식도 듣게 되지만요.”

나의 대답은 항상 똑같다. 설사 내 주변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해도 마음속으로는 그분의 명복을 빌며 안타까워 하지만 겉으로는 절대 그런 일 없고, 그런 것 걱정 안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나도 맘이 놓이고 두려움을 떨칠 수 있기 때문이다.전에는 적잖은 규모의 사업을 했다. 하지만 연이은 실패를 맛보다 지금의 직업을 택했다. 평소 등산하던 취미가 줄을 타는 직업으로 바뀌었고 그게 오늘날 빌딩 외벽 타는 것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이 됐다.

얼마 전 아파트 주민이 청소작업자 줄을 끊어 전 국민이 분노를 느끼며 애도한 적이 있다. 그때의 충격이 작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후 이 일에서 손을 뗀 사람도 있었으니까.

반대로 미국에서는 고층 빌딩 유리창을 닦던 남성이 20층 건물 외벽에 밧줄 하나로 매달린 채 무려 30분간이나 잠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 바람에 소방관들이 긴급 출동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인생은 가다가 누구나 한 번쯤 넘어지고 하지만 곧 일어나는것. 넘어진 그곳에서 너무 오래 있지 말고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툭툭 흙을 털고 가볍게 다시 나아가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흙을 털고 일어나듯 외줄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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