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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성남인] 바를 정(正)자를 쓰는 이연희 씨

뇌병변·지체장애 딛고 20여 년 피아노 재능기부… ‘국민포장’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2/23 [09:4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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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 매일 기도하는 이가 있다. 이름만 들어도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 어려운 사람을 만나고, 어려운 단체 이름만 들으면 작지만 기부를 시작한다. 통장에는 잔고가 없다. 정기적인 기부 자동이체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오늘 레슨비를 받으면 바로 기부를 한다.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면 바를 정(正)자에 획 하나씩을 추가한다. 2017년 8월 10일 기준 3만5,551명이4었으니 올해까지는 더 계산해 봐야 한다. 어디엔가 기부하면 또 바를 정(正)자에 획 하나를 추가한다. 이 방법은 이연희(59·상대원2동) 씨만의 특별한 기록법이다.

지체장애 2급, 뇌병변 4급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연희 씨는 본인의 생활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연희 씨의애마, 전동휠체어가 출입문 앞에 상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매일 감사하며,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에요.”

상대원2동(동장 박명양) 주민센터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화장실에 가서 한참을 울고 나왔다는 연희 씨는 제7회 ‘국민추천포상’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했다(1.31).
 
1992년 교통사고 후 오랜 치료와 뇌수술을 통해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난 감사함에 남은 수술비를 97년 다일병원 건립 때 기부했을 만큼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기아단체나 국내 어려운 단체에 가진 것을 나누는, 기부를 시작하는 것으로 삶의 길을 바꿨다.



그녀에게 자립의 힘이 되는 피아노교습소는 사고 전 수강생이 100명이 넘었다. 지금은 수강료를 거의 무료로 재능봉사를 하고,소정의 수강료는 모두 기부(1만~10만 원)하는 데 사용한다.

사고 전에는 필리핀 선교활동으로 피아노 연주를 했다. 지금은 교회나 마을 행사에 피아노 재능기부를 하고, 반장으로서 『비전성남』 소식지를 전달하는 일도 한다.

상원초등학교 2회 졸업생인 그녀는 피아노 전공으로 유진음악학원을 시작해 아이큐피아노교습소, 엘르피아노교습소로 바꿔 운영 중이다.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만남’을 연주해 줬다. 어제부터 기도를 했기 때문에 바를 정(正)자에 한 획을 추가했다고 한다.

지금은 유명한 뮤지컬배우가 된 아들을 보며, 본인도 스스로 자립해가면서 이웃에게 봉사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매일매일 사는 것이 감사 그 자체”라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피아노를 배우는 신영의(77·신흥동) 씨는 “우연히 만나 명함을 버리지 않고 있다가 용기를 내 찾아왔다. 양평·서울에서도 온다. 종이 한 장 버리지 않고 폐지까지 모아 이웃을 돕는 모습을 보면 배울 점이 많다. 사랑이 많고 겸손하다. 누구나 이곳에서는 사랑으로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벽면 한쪽을 가득 메운 소소한 기도 제목(긍지, 성장, 나눔, 통일, 칭찬…)이 사회를 밝게 만드는 아름다운 연희 씨의 에너지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