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공공예술창작소> 1기 입주작가들의 첫 프로젝트가 3월 22일 공개됐다. <태평공공예술창작소 1기 입주보고 “안녕하세요”>라는 타이틀을 달고 3월 28일까지 진행된다. 네 명의 입주작가들(시각예술부문: 구나현·성유진·허수빈 작가, 문학부문: 박성진 작가)이 태평동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건네는 첫 인사다.
<태평공공예술창작소>에 인접한 빈 건물 1층에서 진행된 구나현 작가의 라이브페인팅이 1기 입주보고의 시작을 알렸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통유리로 된 작업실 안에서 구나현 작가가 만든 작품은 「감기 걸린 집」이다. 이것은 ‘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담’은 서로의 무관심, 관계 속의 벽을 의미한다. 이 벽을 깨기 위한 도구가 작업실 안 스피커에서 나오는 기침소리다. 빈집에서 나는 기침소리로 행인의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의도다. 기침소리에 빈집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관계가 시작된다.
구나현 작가는 빈집의 역사는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해 온 태평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빈집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다. 작가의 다음 작품 계획을 물으니 아마도 ‘빈집 문 앞 이상한 택배상자’가 될 거라고 한다. 기침소리와 문 앞에 놓인 이상한 택배상자로 태평동 주민들의 눈길을 끌며 구나현 작가의 빈집 시리즈는 한동안 계속 될 듯하다. 구나현 작가의 작품 「감기 걸린 집」은 건물이 철거되는 6월까지 볼 수 있고 건물 철거 후엔 영상으로만 남게 된다.
성유진 작가와 허수빈 작가의 작품은 <태평공공예술창작소> 건물 지하 1층 T룸/열린공간에 전시되고 있다. 성유진 작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Microhistory map(미시사 지도)」이다. ‘Microhistory(미시사)’란 세밀한 부분을 살피는 역사를 뜻한다. 성유진 작가는 태평동이라는 큰 구역에서 옥상이라는 작은 부분을 들여다보려 한다. 개인 공간인 옥상을 방문하고 그 기록을 드로잉으로 담아내는 작업이다. 계획은 246채의 옥상 드로잉을 통해 태평동의 현재를 기록한 지도를 완성하는 것이다. 지도 작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대중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어렵다. 예술로 접근할 때 생존을 언급하는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첫 관문이라고 한다.
그 첫 관문을 통과하면 주민들의 ‘일상’에서 ‘예술’을 발견할 수 있다. 집으로 들어가 옥상으로 올라간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건물의 윤곽을 그대로 담아내고 그 윤곽 안에 구조물의 특징을 함께 그려낸다. 드로잉은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연필로, 그 다음에 펜으로. 그것을 또 그래픽으로 옮긴 후, 최종적으로 큰 지도 안에 담아낸다. 지도 안에 담긴 개개인의 옥상을 통해 태평동의 정체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완성된 옥상 드로잉과 지도는 앞으로 만들어질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태평동 주민은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한다.
옆 전시실에는 허수빈 작가의 작품 「태평동 공공미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와 「반지하 햇빛 들여 놓기」가 전시되고 있다. 「반지하 햇빛 들여 놓기」는 태평동 지역 특성으로 인한 열악한 채광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초 밀집된 건물들 때문에 집안은 햇빛이 잘 들지 않지만 옥상에는 일조량이 많은 점에 착안해, 옥상에 내리쬐는 햇빛을 아래층 어두운 공간에 들여놓는 작업이다.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응집판과 거울 반사판을 이용해 좁은 건물 사이로 햇빛을 유도하고 그 빛을 반지하 층까지 전달하는 구조다. 전시 이후의 계획은 이 시스템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 본 후 예견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최종적으로 태평동에 실용화하는 것이다.
허수빈 작가의 전시실 다른 한편에는 태평동 공공미술 활동 사례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이 전시는, 과거 태평4동에 있었던 공공미술 형태를 조사하고 사진자료화해 공공미술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함이다. 태평4동 공공미술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를 구상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한다. 우리동네 미술관, 현관문 그림그리기, 화분작품, 타일벽화, 나무화판 꽃 등 과거에 행해진 공공미술 작품들을 살펴보고 공공미술 결과물에 대한 비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다. 설치미술 작가로 활동해 온 허수빈 작가는 특히 도시재생을 위한 공공미술의 역할과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태평4동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공공미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옥상정원 프로젝트’가 궁금해진다.
<태평공공예술창작소>의 유일한 문학부문 입주자 박성진 작가는 입주보고가 시작된 하루 뒤인 23일에 세미나를 통해 인사를 했다. 세미나는 23일 오후 3~6시 수정구보건소 5층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사회를 맡은 박성진 작가와 네 명의 발표자(김현정, 박동수, 유희경, 이계원)가 진행한 세미나의 주제는 「공공예술을 생각하다_장소, 공공성, 그리고 예술」이다. 네 명의 발표자가 공공예술과 관련, 지역·도시재생·예술·문화예술교육에 관해 발표하고 박성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박성진 작가의 공공예술과 장소의 관계성에 대한 고민은 한참 전부터 시작된 듯하다. 2017년에 내놓은 프로젝트북 「수내에서 수진까지 수수한 산책」에서도 그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성남의 신도심(수내역)과 본도심(수진역)을 오가며 바라본 성남이라는 장소가 2017년의 대상이었다면 2018년은 태평동이라는 장소가 박성진 작가의 고민 대상이다. 박성진 작가는 <태평공공예술창작소>에 입주해 있는 동안 많은 고민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고민의 결실이 작품으로 나오는 날을 기다려 본다. <태평공공예술창작소>의 운영시간은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과 일요일, 공휴일과 설과 추석연휴는 모두 휴무다. 위치: 성남시 수정구 시민로 248(태평동 1703) 문의: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 031-783-8122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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