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먼저 가시게
장재평 | 분당구 구미동 아무래도 아침 통근버스를 놓칠 것만 같다. 핸드폰 알람소리가 꿈결처럼 들리는가했다. 벌떡 일어났지만 평소 기상시간보다 10분이나 늦었다.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대충 코트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재빨리 횡단보도를 건너 탄천으로 들어섰다. 징검다리만 건너 조금만 가면 통근버스가 서는 곳이다. 비가 오거나 폭설이 온 날을 제외하고 출근시간마다 지름길인 징검다리를 건너 다녔다. 저만치 할아버지 한분이 걸어오고 있었다. ‘제발 징검다리 쪽으로 가시지마라.’ 속으로 빌었지만 내 바람도 무시하고 할아버지는 징검다리 앞에 먼저 도착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할아버지는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 나를 바라보며 손짓을 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할아버지 앞에 다가선 나에게 말씀하셨다. “젊은이 늦었나본데, 먼저 가시게.” 헐레벌떡 뛰어오는 나를 보고 먼저 건너갈 수 있게 기다려 주신 것이다. 감사하다는 짧은 인사를 하고 성큼성큼 징검다리를 건너 뛰어갔다. 아슬아슬하게 통근버스를 무사히 타게 됐다. 통근 버스를 놓치면 전철에 버스까지 갈아타고 회사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꽤 오래걸리기 떄문에 할아버지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오늘 된통 고생을 할 뻔했다는 생각에 할아버지가 너무 고마웠다. 사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무조건 젊은이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어른들이 있다. 가끔씩은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버릇없다고 할까봐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지나온 시간들이 꽤나 있었다.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마음이 넉넉한 큰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근버스에서 내려 회사를 들어서는 발걸음이 오늘 따라 무척 가볍게 느껴졌다. 봄이 오는 소리도 함께 들리는 듯했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8년 4월 6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 -2076~8 이메일 :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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