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자폐증은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그 중 영화 ‘말아톤’은 자폐증이 가진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다. 자폐증을 가진 한 청년이 마라톤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을 뿐 아니라, 자폐인의 행동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정확히 보여 주었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감동했다. 그 후에는 ‘굿 닥터’라는 TV 드라마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천재 외과의사 이야기를 그렸고, 이 드라마는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굿 닥터’는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일종의 천재성과 관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매력적인 주인공을 통해 전달했다. 그런데 왜 ‘말아톤’과 ‘굿 닥터’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같은 진단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두 주인공이 가진 장애의 정확한 명칭은 “자폐스펙트럼장애”다. 말아톤의 주인공인 초원이는 굿닥터의 주인공 시온이만큼 말을 잘하지 못하고 학습능력도 부족하지만, 둘은 공통적으로 타인과 관계 맺기를 힘들어 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표정이 보여 주는 속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의 정서와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과 교류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말과 행동에 자신만의 패턴이 있고 반복적이며, 자신만의 강하고 깊은 관심사가 있다. 초원과 시온 모두 아주 어릴 때부터 장애를 갖고 있었고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그 특성은 비슷하게 유지된다. ‘스펙트럼’이라는 것은 드러나는 양상이 초원이와 같은 경우부터 시온이와 같은 경우까지, 다양한 범위에 걸쳐 있다는 뜻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드물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약 2%를 가리키고 있는데, 이는 곧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50명 중에 한 명이 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한 가족이 4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 사회의 10%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인 가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뇌 발달의 장애다.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생기는 경우가 많고, 원인을 전혀 분석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근본적인 치료 약물이나 예방법이 없기 때문에 의학과 뇌과학이 갖고 있는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현대 뇌과학과 신경생물학, 유전학의 발전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이해하고 치료법을 찾는 데 많은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십 년 간에 걸쳐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뇌과학의 발전을 이끌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과 기술이 부족한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자신이 속한 모든 사회 집단 안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관계를 잘 맺을 줄 모르기 때문에 집단에서 소외되기도 하고 종종 따돌림의 대상이 되며, 때로는 괴롭힘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또한 배우기 어려워하기에,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즉, 이들이 속해 있는 모든 사회 집단이 자폐인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수용하고 집단 안에 통합하는가 하는 것이 그 사회의 건강함과 공정함을 드러내는 기준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서로 다르다는 것’과 ‘타인의 방식’을 얼마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4월 2일은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이다. 이날이 되면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고층빌딩들은 파란색으로 물든다. 사람들에게 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도심의 대표적인 건물에 파란 불을 밝히는 ‘Light Up Blue’ 캠페인이다. 우리나라도 롯데월드타워, 남산 N타워 같은 건물에 푸른빛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자폐증은 “가족과 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4월을 맞아, 주변에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인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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