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저 왔어요!” 김삼희(56·성남시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하대원동 언덕 주택의 작은 방에 세 살고 있는 길모(90) 할머니 댁을 찾았다. 다리가 불편해 외출이 쉽지 않아 ‘TV가 유일한 친구’라는 길 할머니는 김 씨의 방문에 마치 딸이라도 찾아온 듯 손을 맞잡고 며칠간 밀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휴, 아직도 기침이 멎질 않으셨네요.” 길 할머니의 감기 뒤끝 잔기침이 안타까운듯 가방을 뒤져 사탕을 건네는 김 씨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어르신을 위한 생활관리사 김삼희 씨의 인생 2막은 2013년부터다. 그는 오래 전부터 안나의집 무료 배식봉사, 무료 영정사진봉사 등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꾸준한 봉사 활동을 거쳐 지금의 노인복지관리사가 됐다. “맨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 가졌던 그 마음과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그는 “돌보는 사람이 행복해야 돌봄을 받는 사람도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김삼희 씨가 관리하는 독거노인은 30여 명, 일주일에 1~2회 전화통화와 1회 방문으로 노인들을 외롭지 않게 돌보고 있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안부 확인 등 독거노인의 생활을 하나하나 챙기는게 그의 일이다.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노인복지관리사는 즐거워야 소신껏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김 관리사는 말한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지만 김 관리사는 독거노인을 위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업무가 끝난 뒤에도 김 관리사는 안부가 궁금한 어르신 댁은 수시로 들르기도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며 “이제는 관리사 일이 직업이 아닌 일상이 됐다”며 웃는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한 어르신께 ‘어르신은 제 나이로 되돌아가면 뭘 하고 싶으세요?’라고 질문했는데, 남의 집 행랑채에 세 살면서 어려운 생활을 하고 계시기에 ‘그 나이로 되돌아간다면 돈을 많이 벌어서 이렇게 고생하며 살진 않을 거야’라는 뻔한 답을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나도 선생님처럼 남에게 봉사하며 살고 싶구먼’이라는 의외의 답을 하시더라고요. 어르신의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났답니다.” 그는 그날 이후 어르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욱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후원물품이 들어오면 ‘아, 이것은 어디에 사시는 누구 할아버지, 누구 할머니께’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수첩에 빼곡하게 적힌 어르신들의 이름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는 “어려운 사람을 발견해 후원하려는 목적으로 전수조사를 다니다 보면 기초수급대상자가 아닌 분중에도 생활이 어려운 분이 많다”며 “사각지대에 있는 독거노인에게도 적절한 법이 적용돼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홀몸 어르신들이 외로워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길 바란다는 김 관리사는 “이런 어르신들을 위한 후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독거노인 후원에 많은 분이 동참해 주기를 당부했다. 현재 성남시에서는 160여 명 생활관리사가 4천여명 독거노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후원 문의 : 성남시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031-728-9905 정경숙 기자 chung09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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