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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있는 보호수들

73회 식목일...성남에 있는 보호수를 찾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4/04 [13:5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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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식목일은 주 5일 근무제와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2006년부터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식목일은 근로자의 날, 어버이의 날처럼 공휴일이 아닌 국가기념일로 전국 곳곳에서 식목행사가 열린다.
 
2018년 제73회 식목일을 맞아 성남시에 있는 보호수들을 찾아봤다. 보호수는 노목, 거목, 희귀목 중에서 형태나 학술적으로 보존 및 증식의 가치가 있는 나무다.
 
자세히 나누면 역사적인 고사나 유래가 있어 이름난 명목(名木), 전설이 있는 보배로운 보목(寶木), 제를 지내는 당산목(堂山木), 향교·서당·정자 등에 심은 정자목(亭子木), 해안·강안·제방을 보호할 목적으로 심은 호안목(護岸木), 관상가치가 있는 기형목(畸型木), 명승고적의 정취 또는 경관 유지에 필요한 풍치목(風致木)을 보호수로 지정하여 관리한다. 산림청은 1980년부터 보호수를 지정‧관리하며 각 시도에서도 보호수를 지정‧관리하고 있다.
 
▲ 보통골 상수리 나무 두 그루     © 비전성남
 
상대원동 보통골 동성여객 차고지 옆 산기슭에 서 있는 상수리나무 두 그루. 동네에서 올라가는 길 첫 번째 나무가 보호수다. 1982년 지정 당시 수령이 550년이다. 줄기가 밑동에서 두 개로 갈라져 올라간다. 산을 향해 뻗은 굵은 줄기는 꺾일 듯하다.
 
▲ 줄기가 뒤로 뻗은 나무가 보호수다.     © 비전성남
 
안내판을 보니 보통골 주민들은 이곳에서 매년 10월에 도당굿을 지냈고 굿을 하지 않을 때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도당(都堂)은 마을에서 최고의 신격이 거처하는 곳으로 마을의 평안을 관장하는 으뜸 신당이다. 도당굿은 마을사람들이 지내는 동신제(洞神祭)와 달리 무당이 주재한다.
 
600년 가까운 세월 다른 이야기가 있을 듯해 찾아봤다. 상수리나무 아래 다래넝쿨이 의적 임꺽정의 소굴이었다는 전설이다. 나라에서 임꺽정을 잡기 위해 토벌을 시작하자 임꺽정은 이곳을 떠나 황해도 구월산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차고지가 다래넝쿨 소굴이 아니었을까 싶다.
 
▲ 은행동 은행나무     © 비전성남
 
은행동 주공아파트 끝자락 중턱에 있는 은행나무. 330년이 넘었다. 계단에서 바라 보니 두 아름은 족히 넘을 둘레로 곧게 뻗은 모습이 내리꽂은 듯하다. 키는 30m 가슴높이 줄기둘레가 1.74m다. 밑동에서 갈라져 솟을 듯 올라가는 굵은 줄기 여섯 개가 한 그루를 이룬다.
 
▲ 은행동 은행나무     © 비전성남
 
줄기 사이로 아이들이 드나들 법하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높은 가지가 고루 퍼져 멀리서도 잘 보여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됐다. 은행동이라는 이름도 이 나무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 은행동 은행나무     © 비전성남
 
은행동 마을축제 행목제는 은행나무 고사로 시작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은행나무에게 축제가 잘 진행되길 마을이 평안하길 기원한다.
 
조선시대 향교와 서원에는 어김없이 은행나무를 심었다. 공자가 은행나무 그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뿐일까? 은행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과육에 독이 있어 피부에 닿으면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해충과 벌레가 다가오는 것을 막아 자신을 지키려는 것이다. 향교나 서원 출신 유생들이 관직에 나갔을 때, 은행나무처럼 뇌물과 청탁을 스스로 멀리하고 청렴한 관직생활을 하라는 뜻이다. 은행나무는 성남시의 시목(市木)이다.
 
전국 보호수 전체 현황(2016년 1만3,801본)을 보면 느티나무(7,216본)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소나무, 팽나무 순이다. 성남시 보호수 23그루 중 13그루가 느티나무다(기준 – 보호수 수).
 
▲ 백현동 정자목어린이공원 느티나무     © 비전성남
 
느티나무는 그늘을 넓게 만들므로 마을의 정자목으로 많이 심고 악귀를 쫓는다고 해 관아, 마을 어귀, 고개에도 많이 심었다. 오래된 느티나무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당산목으로 여겨 특별히 보호하고 제를 지낸다. 백현동 정자목어린이공원의 느티나무, 주민들이 단오 무렵에 고사를 지내고 있다.
 
▲ 판교 원마을 9단지 느티나무     © 비전성남
 
판교 원마을 9단지 안에 좌정하고 있는 느티나무. 판교를 개발하면서 너븐바위 마을 언덕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예로부터 이 나무에 해를 입히는 사람에게는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부러진 가지나 저절로 떨어진 가지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더운 여름엔 시원한 그늘이 되고 단오엔 신나는 그네타기 장소가 된다.
 
▲ 줄기가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당김줄     © 비전성남

하대원동 회화나무, 판교동 향나무 등 기사에 싣지 못한 보호수들이 많다. 남한산성에서 백현동까지 보호수들을 찾아보며 마음이 숙연해졌다. 오랜 세월 한 곳에서 마르고 뒤틀리면서도 자신을 지키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사랑받고 보호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참고도서 : 《이야기가 있는 보호수 – 2017 산림청 발간》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