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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아버지의 염색약

남보라 | 중원구 하대원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4/23 [12:0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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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염색약
남보라 | 중원구 하대원동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 5월, 고향에 홀로 계신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친정엄마가 세상을 떠나신 지 2년이 조금 넘어갑니다. 부모님 금슬이 워낙 좋으셨던 까닭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시자 동네 어르신들은 아버지를 걱정했습니다.

아버지는 함께 살자는 큰오빠의 요청을 한사코 거부하시며 고향에서 계속 살겠다고 고집을 피우셨습니다. 회색빛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생활이 싫으셨을테고, 며느리 눈치 보며 사는 것도 내키지 않으셨던 겁니다.

걱정과 달리 아버지는 직접 주방에서 계란 프라이도 하고, 밥도 지어 드시며 어머니 없는 슬픔을 잘 이겨냈고 지금은 소일 삼아 텃밭을 일구며 여생을 보내고 계십니다. 한 달 전, 아버지 생신을 맞아 오랜만에 아이들 손을 잡고 친정에 나들이 갔을 때 일입니다. 장에 나가셨던 아버지께서 염색약을 사들고 오셔서 큰딸인 제게 겸연쩍게 내미십니다.
 
“이거… 너그 엄마가 옛날버텀 하얀 머리가 싫다고 해서….”

그랬습니다. 엄마는 아버지의 머리가 하얗게 세는 게 싫다며 때만 되면 읍내 장에 가서 염색을 하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반백의 아버지는 읍내 5일장이 서는 날이면 항상 40대 초반이 돼서 돌아오시곤 했습니다.

“인자는 니가 수고 좀 해줘야 쓰것다.”

당신의 아내가 없는 지금, 아줌마가 된 딸내미에게 내미는 염색약. 아버지의 머리에 염색약을 발라 한 올 한올 빗어 내리는 사이 눈엔 왜 이렇게 뿌연 안개가 짙어오는지요. 염색이 다 끝나고 자꾸만 솟구치는 눈물에 화장실이 급하다며 달려가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는데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

“어멈아, 감기 조심해라이~”

잠시 후 내 등을 토닥거리는 손. 아버지, 당신의 손이었습니다. 시골에서 평생을 농사지으며 자식들을 키우신 거친 손. 아버지! 정말 사랑합니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8년 5월 4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2076~8 이메일 :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