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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각 산책] 봄, 장서각에서 만나는 세 가지 색 전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4/23 [14:1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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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장서각 소장 자료를 대표하는 왕실자료부터 ‘해주정씨’ 가문을 중심으로 이뤄진 사랑과 이별 이야기,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집안 ‘임청각’ 자료를 한데 모았다. 장서각 봄 전시 ‘삼색전(三色展)’ 은 세 가지 주제로 흔히 보기 어려운 자료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도록 꾸몄다.
 
조선의 국왕과 왕실문화

‘나라와 임금’, ‘국정과 외교’, ‘의례와 행사’ 세 가지 주제로 구성해 장서각의 대표적인 왕실문헌을 공개한다. 왕실의 족보, 왕실 의례를 생생하고 자세히 기록한 의궤, 우리나라 강역을 그린 지도, 훈련도감의 일상을 볼 수 있는 훈국등록 등 대표적인 자료도 볼 수 있다.
 
조선 역대 왕 중 최고의 명필로 꼽히는 선조의 어필이 최초 공개된다. 또한 정조와 영조의 어필도 만나볼 수 있다. 순종의 태실(胎室)과 그 주변 풍경을 그린 <순종태봉도(純宗胎封圖)> 역시 최초로 공개한다. 조선 왕실에서는 신생아의 태를 귀하게 여겼다. 왕자녀의 태는 잘 간수한 뒤 전국의 명당을 골라 땅에 묻었는데, 이를 ‘태실’이라 했다. 특히 왕실에서는 태실이 나라의 운세와 관련이 있고 태를 소홀히 다루면 국가에 불운이 미친다고 믿었다. <순종태봉도>는 순종의 태실을 만들고 나서 그 결과를 왕실에 보고할 때 그린 그림으로 보인다.
 
해주정씨 여인들의 사랑과 이별

서울 양반 해주정씨 가문에는 조선 초·중기의 중요한 고문서가 다수 보존돼 있다. 파시조 정역(鄭易)은 태종 이방원과 동방(同榜)으로 급제하면서 조선 개국에 동참했고, 정역의 딸은 효령대군과 혼인했다. 또한 아들 정충경의 딸이 세종의 8번째 아들 영응대군과 혼인했고, 정충경의 아들 정종(鄭悰)은 문종의 딸 경혜공주(敬惠公主)와 혼인하면서 단종과는 처남, 매부 간이 됐다. 하지만 정종은 계유정난으로 안평대군·금성대군과 함께 광주에 유배되고 결국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경혜공주의 아들 정미수가 죽음을 면하고 극적으로 회생해 중종반정 당시 정국공신(靖國功臣) 3등에 녹훈되면서 정씨가문은 다시 서울 양반으로서 입지를 되찾게 됐다. 역사 속에 기록된 드라마틱한 해주정씨 가문과 왕실이 얽힌 복잡한 이야기를 단종 비 정순왕후, 경혜공주, 영응대군의 기별부인 정씨, 정미수의 처 전의이씨 등 ‘여성’을 중심으로 풀었다.
 
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

안동 고성이씨가 대종택으로 500년을 지켜온 임청각은 선비 정신과 항일 독립운동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신흥무관학교를 창설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을 역임한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해 무려 9명의 독립운동 유공자를 배출한 집안이다.

일제는 이 가문을 탄압하고자 중앙선 철로를 임청각 경내에 가로질러 놓았고, 99칸 명문 고택의 절반을 강제로 철거했다. 대한민국 초대 국무령 이상룡 선생을 비롯한 임청각 독립운동가의 뜨거운 활동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