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푸른 산의 품안에 자리한 아름다운 절을 만나게 된다. 절은 불교의 수양공간이자 역사와 문화가 담긴 문화재이기도 하다. 우리 문화재 중 탑, 부도, 범종, 불상, 불화 같은 불교문화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65%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종교로서가 아니라 문화와 역사공간으로서 절에 대해 궁금해지곤 한다. 절은 부처님의 세계에 이르는 깨달음의 길을 건축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부처님에게로 향하는 관문, 일주문천왕문불이문 절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3개의 문이 있다. 첫번째 문이 일주문(一柱門)이다. 보통 건축물은 기둥 네 개를 사방으로 세워 지붕을 얹지만 일주문은 2개의 기둥을 일직선으로 세우고 지붕을 얹는다. 한 줄로 된 기둥은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를 향해 간다’는 뜻이다. 두 번째 문은 부처님이 사는 수미산 동서남북 네 곳을 사천왕이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는 천왕문(天王門)이다. 천왕문을 지나면 불이문(不二門)을 만나는데 부처님의 나라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이다. 절 안으로 들어서면 아침저녁 예불에 사용하는 불전사물이라 불리는 불교악기인 범종, 법고,운판, 목어도 만날 수 있다. 법고는 큰북이고 운판은 구름모양으로 만든 넓은 쇠판이다. 범종은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이들을 깨우치기 위해, 법고는 땅에 사는 짐승을 깨우치기 위해 친다. 운판은 하늘의 날짐승을 깨우치기 위해, 물고기 모양을 본뜬 목어는 물속 생물을 깨우치기 위해 친다고 한다. 왕자로 태어난 고타마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얻은 후 45년 동안 인도의 여러 곳을 다니며 불교의 이치를 가르치다가 80세의 나이로 죽는다. 부처는 깨달은 자를 가리킨다.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화장한 부처님의 몸에서 나온 사리를 인도의 여덟 나라가 나눠 가졌다. 여덟 나라에서는 커다란 탑을 세우고 그 안에 사리를 넣어 모셨다. 그 뒤 인도를 통일한 아소카왕은 사리를 8만4천 개로 나눠 인도 곳곳에 탑을 세우고 사리를 넣어 불교를 널리 전파한다. 탑은 부처님의 무덤과 같은 것이어서 사람들은 탑에 절을 하고 기도를 드린다. 훌륭한 스님의몸에서도 화장 후 구슬처럼 둥그런 사리가 나오는데 이 사리를 넣어 두는 곳을 사리탑 또는 부도라고 한다.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신 대웅전 절에서 가장 주된 건물을 법당이라고 한다. 법당은 안에 어떤 부처를 모셨느냐에 따라 이름이 다른데 부처님과 보살을 모신 곳은 전, 그 밖의 곳은 각이라고 한다. 사찰의 가운데 있는 중심건물인 대웅전(大雄殿)에는 석가모니부처를 모신다. 위대한 영웅이라는 뜻의 ‘대웅’은 석가모니부처를 높이는 말 가운데 하나다. 지혜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는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은 진리의 빛이 가득한 곳이라는 뜻으로 대적광전(大寂光殿)이라고 하며,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부처이자 극락세계에 사는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은 극락전(極樂殿)이라 부른다. 아미타불이 무한한 광명과 수명을 뜻하기 때문에 무량수전(無量壽殿)이라고도 한다. 법당에 모신 부처님은 손모양이 다른데 비로자나불은 왼쪽검지 손가락을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는 형상으로 중생을 자비로 감싸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약사불은 병을 치료해주는 부처님으로 손에 약합을 들고 있다. 오른손을 어깨 높이까지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펴서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있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손은 ‘나를 믿으면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5월엔 부처님의 탄생일이 있다. 나들이 길에 종교를 떠나 문화와 역사 공간으로서, 부처님의 세계에 이르는 깨달음의 길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절의 건축물을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성남 곳곳에 많은 절이 있는데 남한산성 품에 자리한 약사사, 남한산성 성곽길을 끼고 있으며 남한산성을 축조한 승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경사도 들러볼 만하다. 또한 단일목조 건축물로 동양 최대 규모인 구미동 소재 대광사 미륵보전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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