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골목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는지 정말 몰랐어요.” 골목 벼룩시장을 연 태평2동 마을공동체 <우동골> 최우리 회장의 첫마디였다. 원래 시장통이었던 이곳에 소소한 물건들이 올망졸망 놓인 돗자리가 다시 깔렸다. 파전이 익어가는 맛있는 냄새와, ‘우리 편이 진다’는 아이들 외침에 한달음에 달려 나와 같이 줄을 당기는 어른들로 골목은 왁자해졌다. 이제는 젊은층보다 중장년층이 더 많이 산다는 태평2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기획한 ‘마을대학’ 수강생들 사이에서 더 나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고민들이 오갔고, 그 결과 13명으로 이뤄진 <우동골>이 결성됐다. “점점 삭막해지는 골목의 웃음을 다시 되찾고 싶었다”는 최 회장은 내 이웃들을 알아가자는 작은 소통부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태평오거리 좁은 골목의 벼룩시장, 누구나 놀이시장은 주민들에게 북적북적하던 옛 골목의 기억을 되살려줬다. 작은 텃밭에서도 이웃과의 교감이 이뤄진다. 쓰레기만 가득 했던 주택가 사이 70평 남짓한 공터에 지금은 계절 따라 각종 먹거리가 빼곡하게 심어진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주민 개개인과 어린이집, 경로당 같은 동네 단체들이 텃밭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수확한 채소로 동네 어르신들도 대접하고, 어려운 이웃돕기 김장도 담근다. <우동골> 텃밭에서 넉넉한 인심이 쑥쑥 자라난다. 행사를 알리기 위한 포스터도 직접 제작해 곳곳에 붙이고, 햇빛을 가려줄 빨간 그늘막도 준비하고, 무대에서 공연할 마을 주민들도 한 명 한 명 선정하며 기획한 <우동골>의 야심작, 영장산 가을 주민콘서트는 대성공이었다. 노래 좀 한다하는 주민들이 동네 공식 가수로 데뷔했다. 편안한 그늘막이나 돗자리에 소풍 온 듯 삼삼오오 모여앉아, 오늘도 인사한 이웃들이 출연한 무대를 즐긴다. 개인들의 재능기부와 지역단체에서 후원한 먹거리까지 곁들이니 딱 동네 잔칫날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골목길에 주차된 차를 모두 빼주고, 행사포스터에 참가자 한 명의 이름이 잘못됐다고 콕 집어낼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다. 지난해 콘서트의 가장 큰 화제였던 기타 동아리 ‘오거리 쎄시봉’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며 주민 서로를 이어주고 있다. <우동골>은 올 콘서트에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그 사진들로 내년도 마을 달력을 만들 계획이다. 반찬 하나를 만들면 맛이나 보라며 옆집에 건네고, 여느 집 아이라도 뛰어나오면 다 친구가 되던 골목. 이 골목길에서 내 이웃부터 다시 알아가자는 <우동골>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 피어나길 기대한다. 서동미 기자 ebu73@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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